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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미술시장 불황? 아시아는 '리먼 사태' 때도 즉시 반등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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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란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 케빈 칭 크리스티 아시아 의장
“30~40대 중국 부호, 현대미술 수집 열기”
“여러 점 사려 말고 예산 내 가장 좋은 작품 사라”
“송혜교 팬, 한국 스타와 경매 큐레이팅 하고 싶다”
한국일보

프란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이 지난달 28일 완차이구 홍콩컨벤션센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의 뒤편에 올해 크리스티 홍콩 하반기 경매에서 최고가 낙찰된 중국 현대미술 작가 산유의 회화 ‘태피스트리의 누드’가 보인다. 홍콩=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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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경매의 20%, 스위스 제네바 경매의 41%가 아시아 구매자다. 아시아(미술시장)는 약세를 보이지 않는다." (프란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

"미술시장과 일반경제, 주식시장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도 아시아는 1년도 안 돼 즉시 반등한 (미술)시장이다." (케빈 칭 크리스티 아시아 의장)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아시아권 수뇌부의 판단이다. 크리스티 홍콩의 하반기 미술 경매가 열린 지난달 28일 완차이구 홍콩컨벤션센터(HKCEC)에서 만난 벨린(51) 사장과 칭(67) 의장은 불경기에도 아시아 미술시장을 낙관했다. 고금리와 전쟁 등의 영향이 있지만, 백만장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다는 중국을 품고 있는 ‘큰 그릇’인 아시아 미술시장은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아시아 미술 경매시장은 (불황과) 시간차를 두고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칭 의장은 강조했다. 이번 하반기 크리스티 홍콩 미술 경매 매출은 상반기보다 떨어지고, 낙찰된 인기작 상당수도 최고추정가를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시아 미술품 수집가들이 아시아 외 권역에서 열리는 경매에서도 큰손 노릇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크리스티 뉴욕 이브닝 경매에서 상위 10점의 작품 중 3점을 아시아(수집가)가 구매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막강한 부를 축적한 청년세대 상당수가 미술품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칭 의장은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기술·금융 부문 종사자 가운데 40~50대에 이미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다"며 이들의 취향을 고려하면 불황에도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현대미술의 성장 잠재력이 특히 크다고 짚었다. "바쁘게 사는 이들은 명나라와 송나라(미술)의 차이를 공부할 시간, (고미술품의) 진위를 걱정할 시간이 없다. 이들은 주로 현존하는 작가의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고, 집에 전시한다. 사람들은 이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전시작을 보고 ‘중요한 사람이구나’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불황기에 미술품 수집을 잘하는 방법은 뭘까. 칭 의장은 "'블루칩' 작품을 보라"며 "한국 작품의 경우 현대미술뿐 아니라 근대미술도 포함된다"고 했다. 기존 미술시장에서 고가 거래가 활발한 작품에 주목하라는 뜻이다. 시장에서 검증된 작품을 선택하는 '안전투자'를 권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통 큰 베팅'을 강조했다. 예산 내에서 가장 좋은 작품을 구매하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여러 점을 사려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그는 "저는 옥(玉) 수집가인데, 지금 갖고 있는 작품 중에 가장 (투자 성과가) 좋은 것들은 샐러리맨으로서 할부로 구매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위축된 한국 미술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봤다. 크리스티 경매의 한국 작품 입찰자는 상당수가 한국인인데, 이번 경매에서 한국 거장 작품은 대거 유찰됐다.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작은 시장인 한국 미술시장은 경기 상황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럼에도 벨린 사장은 "한국(미술)시장의 역동성과 활발함은 실로 놀랍다"며 "한국 작가들은 2019년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200) 경매 결과(8,800만 홍콩달러·당시 약 132억3,600만 원에 낙찰), 지난 3월 미국 뉴욕 경매의 달항아리 456만 달러(당시 약 60억 원) 판매 결과 등 그간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여러 기록을 달성했다"며 한국 시장 성장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특히 한국 단색화와 그들의 미학, 심플함을 좋아한다"고 했다.

칭 의장도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대단하다고 느낀다"며 "저는 송혜교(배우)의 팬인데, 향후 미술을 좋아하는 한국 스타와 함께 경매(큐레이팅)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홍콩은 이번 하반기 경매에서 중국 배우 저우제룬(周杰倫·주걸륜)과 공동 큐레이팅한 미술품으로 경매시장을 열기도 했다.
한국일보

케빈 칭 크리스티 아시아 의장이 지난달 28일 완차이구 홍콩컨벤션센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콩=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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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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