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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 (일)

무고한 어린이 살해, 여성 성폭행…한국 '하마스 제재' 검토할 때 [신동찬이 소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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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11월 28일(현지시간) 임시 휴전을 맞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적십자사 관계자들에게 인질들을 인계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무고한 민간인을 인질로 잡은 하마스에 대해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제재에 나섰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중동의 가자 지구(Gaza Strip)를 그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지난 2007년부터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하마스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의 이스라엘인을 살해하고 약 240명을 인질로 잡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국가를 파괴하고 이스라엘을 구성하고 있는 주된 민족인 유대인들을 현재의 이스라엘에서 몰아내는 것을 그 주된 정치적 강령으로 삼고 있다. 2017년에 발표된 하마스의 42개조 정치 강령 중 제20조의 두 번째 문장을 보자

“하마스는 (요르단)강에서부터 (지중해)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거부한다."

이 강령을 실현하고자 하마스는 그간 이스라엘 남부 등을 끊임없이 공격해 왔으나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둘러싸게 설치한 방어벽 및 이스라엘의 방공망인 아이언 돔에 의해 저지됐다. 그런데 외신에도 널리 보도되었듯이 하마스는 치밀한 사전 준비 후에 방어벽과 아이언 돔을 무력화시키는 기습공격을 자행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여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인질로 잡는 잔혹한 모습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져서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콘서트장에서 음악을 즐기러 전 세계에서 온 민간인까지 공격했다. 더구나 무고한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노인과 어린이까지 살해했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이런 하마스의 만행은 용납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이스라엘이 자위권(自衛權) 행사 차원에서 하마스가 점거 중인 가자 지구에 반격하는 것에 대하여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서방 국가들도 지지 의사를 표시하였으며, 팔레스타인과 같은 아랍인들로 구성된 아랍 국가들조차 팔레스타인이 이른바 두 국가 해법(two state solution)에 의하여 이스라엘과 평화 공존하며 자신들의 독립국을 형성하는 것은 지지하면서도, 하마스의 이러한 이스라엘에 대한 무자비한 테러 공격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같은 경우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自決權)은 옹호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진입하여 공격하는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될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처지는 동정하면서도 테러집단 하마스의 입장과는 분명히 거리를 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주었으며, 다른 중동 아랍 국가들의 수장들 입장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한편 주요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하마스를 비판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마스 및 그 주요 구성원들에 대하여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여 하마스가 이번 같은 테러 행위를 다시는 자행하지 못하도록 그 자금줄(revenue source)을 차단하는 조치를 앞다투어 취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OFAC)은 10월 18일에 가자 지구, 수단, 터키, 알제리, 카타르에 있는 하마스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며 하마스 관련자 9명을 제재 명단에 등재하였으며, 가자 지구에 근거를 두고 있는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제재도 발표하였다. OFAC은 10월 27일에도 하마스와 연계되어 자금 등을 공급한 팔레스타인, 이란, 요르단인 8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으며, 합법적인 회사 등으로 위장하여 하마스에 대한 자금 공급에 활용된 수단, 스페인 등에 소재한 회사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였다. OFAC은 11월 14일에도 하마스의 주요 간부들 및 하마스를 지원하여 온 이란인 및 관련 법인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 미국의 11월 14일자 하마스에 대한 제재는 영국과 함께 시행했다.

일본도 지난 10월 31일에 하마스와 관련된 개인들과 기업에 대하여 제재 조치를 발표하였으며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겠다고 하였다. EU는 기왕에도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하마스에 대한 신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중추 국가를 외교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아직까지도 하마스를 제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지 않다. 물론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들에 공격 직후에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으로 “로켓 공격을 포함하여 가자지구로부터 이스라엘에 대해 가해진 무차별적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적극적인 하마스 제재 동향에 비추어 보면 한국 정부의 대응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더군다나 하마스와 북한 간의 연계설까지 나오고 하마스 간부가 공공연하게 북한이 하마스의 동맹이며 함께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까지 하는 상황인 것을 감안해 보면 북핵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구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하마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동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11월 15일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일부 개정안을 내서 하마스를 국무총리가 직접 테러단체로 지정하자는 주장을 펼치고는 있으나 여야 대치 상황에서 국회 본회의 통과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그 전이라도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란 제재에 동참했던 선례를 참고하여 기획재정부 고시인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 허가 지침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속하게 국제사회의 하마스 제재에 동참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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