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EU(유럽연합)의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4일 왕이(앞줄 가운데)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베이징에서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회원국 대사들과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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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일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유럽은 서로 이익이 되며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정치적 신뢰를 두텁게 해야 한다”면서 “각종 간섭을 배제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EU 지도부를 향해 미국 눈치를 보지 말고 중국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회담이 열리는 시기에 이탈리아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상 실크로드) 탈퇴를 공식 통보해 중국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제도가 다르다고 라이벌로 간주해서는 안 되고 경쟁이 있다고 협력을 축소해서는 안 되며 이견이 있다고 서로 대항하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폰데어라이엔은 “중국은 EU의 가장 중요한 무역 동반자지만 우리는 명백한 불균형과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고, 미셸 역시 “EU는 투명성, 예측 가능성, 호혜성 원칙에 기반한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
중국과 EU 정상이 대면 회담을 가진 건 EU 현 집행부가 출범한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작년 4월 양측이 화상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민감한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아 “귀머거리의 대화”(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라는 뒷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유럽은 중국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6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3일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한다는 결정을 공식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가 당초 일대일로 참여 결정을 내린 건 중국과 관계를 중시한 주세페 콘테 총리 재임 시기인 2019년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들어선 뒤 “일대일로 참여는 실수,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라며 탈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중국과 EU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 현안들에 대해 견해차를 드러냈다. 중국과 EU는 대중국 무역 적자 및 첨단 기술 수출 통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등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다. EU는 4000억유로(약 570조원)에 달하는 대중국 무역 적자 문제도 제기했다. EU의 대중국 적자는 2018년 이후 빠르게 늘어 지난해는 전년 대비 58% 급증했다. EU는 최근 2~3년 새 EU 내 점유율을 2배가량으로 늘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9월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7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샤를 미셸(왼쪽) 유럽연합(EU) 정상 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오른쪽)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지난 6일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3일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한다는 결정을 공식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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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은 자국 내 유럽 회사들의 수출액이 중국의 대유럽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반보조금 조사와 첨단 기술 수출 통제는 미국의 중국 봉쇄에 영합하는 보호주의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양측은 ‘두 개의 전쟁’에서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EU는 중국이 대러시아 수출 규제에 협조하길 바라지만, 시진핑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U는 북한의 대러 무기 제공에 관한 우려도 중국에 제기할 방침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유럽은 중국에 중동 평화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유럽이 중국에 대한 정책을 올해 대대적으로 재조정한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가장 가까웠던 독일 정부는 지난 7월 처음으로 ‘포괄적 대중 전략’을 의결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기본 원칙을 세웠다. 특히 첨단 전략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갈 것을 분명히 했다. 원자재 자급자족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원자재 기업 ‘도이체 플루스슈파트’는 올 초 27년간 폐쇄됐던 케퍼슈타이게 광산을 다시 가동해 2029년까지 연간 약 10만t의 형석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형석은 리튬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광물로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수입된다. EU는 2030년까지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 원자재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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