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최종 감사 결과…13명 징계·주의 요구
이미 사망했지만 생존한 것처럼 알리고 월북 단정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2020.9.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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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감사원은 7일 지난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 초동대처 부실과 사실 은폐, 수사결과 왜곡 등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이날 오전 이 같은 최종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사건 당시 통일부, 국방부, 해경 등 관련자 13명을 상대로 징계·주의요구 처분을 내렸다.
국가 기밀 사항이 포함된 탓에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시간대별 상황 및 정부 대응 사항이 정리된 자료가 배포됐다.
◇21~22일
감사원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었던 고(故) 이대준씨는 2020년 9월21일 오전 1시58분쯤 소연평도 남방 2.2㎞ 지점에서 실종됐다.
당일 해군은 이씨가 실종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지시 없이 탐색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이튿날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이씨는 실종 지점에서 27㎞ 떨어진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구월봉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됐다. 이씨는 구조되지 않은 채 표류 상태로 방치됐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같은 날 오후 4시43분쯤 북한 해역에서 이씨가 발견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합참은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고 오후 4시51분쯤 국방부에 군이 대응할 사항은 없다고 보고했다. 북한 측에 이씨 구조요청을 하는 등 군에서 조치 가능한 방안도 살피지 않았다.
국방부도 대북전통문 발송 등 군에서 조치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거나 국가안보실에도 건의하지 않았다.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에 이씨 발견 사실이 보고된 것은 오후 5시18분쯤이다. 보고는 합참이 했다. 합참은 국방부에 보고한 뒤 곧바로 안보실에도 소식을 전했다.
안보실에 보고가 들어왔을 때는 이씨가 실종된 이후 약 38시간 동안 바다를 표류해 생명이 위태로웠지만 북한이 구조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안보실은 오후 6시쯤 해경과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이씨 발견 소식을 전달했다.
해경은 상황을 전달받고도 보안 유지를 이유로 이씨 발견 위치에 관한 추가 정보를 파악하거나 국방부 등에 수색구조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이씨를 수색하던 인천해양경찰서에는 상황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아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최초 발견된 지점에서 27㎞ 떨어진 곳을 계속 수색했다.
그러던 중 오후 7시30분쯤 강건작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퇴근했다. 서훈 안보실장과 서주석 안보실 1차장도 오후 7시30분 이전에 이미 퇴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오후 9시40분에서 오후 10시50분쯤까지 북한군은 이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소각했다.
통일부 모 국장 역시 오후 6시쯤 국정원에서 정보를 전달받고 이씨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윗선 보고 없이 오후 10시15분쯤 퇴근했다.
◇23일
자정이 지나고 23일 오전 1시 국방부는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이씨 피살 및 소각 사실에 관해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침을 하달하자, 오전 2시30분쯤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합참은 오전 3시30분쯤 밈스(MIMS·군사정보체계) 운용 담당 실무자를 사무실로 불러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하게 했다.
감사원은 당일 이후에도 이씨 사건 관련해 생산된 비밀자료 123건이 밈스에 탑재되지 않고 삭제됐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는 오전 10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 지시를 받은 뒤 오후 1시30분쯤 이씨가 생존해 실종된 상태인 것처럼 언론에 알렸다.
오후 4시35분쯤에는 대북전통문을 뒤늦게 발송했다.
◇24~25일
하루 뒤인 24일 통일부는 이씨 피살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을 국정원에서 관련 정보를 처음 전파받은 시점인 22일 오후 6시쯤이 아닌 관계장관회의에서 장관이 인지한 시점인 23일 오전 1시로 늦춰서 결정했다.
당일은 1차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날이다.
발표 과정을 보면 안보실과 국방부는 전날인 23일 이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 내고, 합참에 자진 월북 여부에 관한 정보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24일 관계장관회의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합참은 △구명조끼 착용 △배에서 신발 발견 △북한 해역서 소형 부유물에 의지 △월북이라고 답변 등 4가지 근거로 자진 월북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합참은 해당 사항들을 24일 언론에 발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수사를 통해 구명조끼 착용 여부와 신발 발견은 군 첩보에도 없고 사실과 다른 사항이라고 했다. 나머지 두 근거도 월북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합참은 25일 모 사령부에도 자진 월북 판단 지시를 내렸고, 사령부는 10월6일 자진 월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를 확정했다.
감사원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 내기 위해 군 첩보에도 없는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해 발표했다"고 밝혔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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