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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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중국과 맺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서 전격 탈퇴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일대일로'는 그동안 아프리카·아시아 개발도상국을 부채의 덫에 빠지게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한 참가국이었던 이탈리아가 공식 탈퇴하게 되면서 이탈하는 국가들이 추가로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안사통신 등 이탈리아 현지 매체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3일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공식 통보했다. 안사통신은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외교부 장관)의 지난 9월 중국 방문 이후 이런 결정을 내렸으며, 중국이 탈퇴를 막으려 시도했으나 설득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의 이 같은 결정에 중국은 발끈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일대일로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환영 받는 국제 협력 플랫폼”이라면서 “중국은 일대일로의 공동 건설을 먹칠하고 파괴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하며, 진영 대결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 지도자로 올라선 직후인 2013년 9월 내놓은 프로젝트로,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해 경제 벨트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 다수 참여하고 있지만, G7 중엔 이탈리아가 유일했다. 이탈리아는 중국에 민감한 기술이 넘어가고 주요 인프라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와 경고에도 지난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때 일대일로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들어선 뒤 이탈리아는 지속적으로 탈퇴 의사를 밝혀왔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실수"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탈퇴 시기 등을 고심하던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중국의 4년만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식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탈퇴 결정엔 경제적 이유가 크다. EU 전체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위험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입장에선 애초 기대했던 경제 효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대중 무역 적자는 일대일로에 가입하던 2019년 140억 달러(18조원)였지만, 2020년 146억 달러(19조원), 2021년 152억 달러(20조원)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29억 달러(43조원)까지 급증했다. 외려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프랑스보다 대중 무역수출은 적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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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지난 9월 중국 방문 당시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165억 유로(약 23조5200억원)에 그쳤지만, 프랑스는 230억 유로(약 32조7000억원), 독일은 1070억 유로(152조5000억원)에 달했다"며 "일대일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탈퇴 결정에 따라 두 나라 간 협정은 내년 3월 공식 종료된다. 올해 말까지 이탈리아가 협정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사업 참여 기간이 5년 자동 연장될 예정이었다.
이탈리아는 다만 중국과의 우호 관계는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안사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두 나라가 최근 접촉에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내년 초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탈퇴로 일대일로에서 이탈하는 국가들이 더 생겨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도국 상당수가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개도국들에 제공한 차관 규모는 약 1조 달러(1325조3000억원)인데, 현재 파키스탄 등 12개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하거나 경제 위기에 빠진 상태다.
이날 EU와 중국은 베이징에서 4년만의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무역 불균형을 비롯한 다양한 의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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