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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르포]수술·용접에 치킨 튀기는 협동로봇의 진화…두산로보틱스 생산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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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두산로보틱스 수원공장 1층 내부 전경. 두산로보틱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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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기 수원 권선구 수원델타플렉스 내 두산로보틱스 생산공장 2층 휴게실. 키오스크로 주문하니 커피로봇 ‘닥터프레소’가 45초만에 커피를 만들어 컵을 내밀었다. 1층 입구 앞의 맥주로봇은 약 10초만에 생맥주 한잔을 뽑아냈는데 거품양은 매번 같았다.



공장 밖에는 치킨 브랜드 ‘롸버트치킨’ 푸드트럭에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이 순살치킨을 쉴 새 없이 튀겨내고 있었다. 이 로봇은 한 시간에 최대 50마리의 치킨을 같은 품질로 튀길 수 있다.

“협동로봇이 산업용 로봇과 다른 점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겁니다.”(류정훈 대표이사)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며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을 뜻한다. 사람이 직접 들기에 무거운 짐이나 장시간 작업 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작업에 투입된다. 거대한 크기와 무게, 안전을 위해 로봇 주변에 펜스를 둘러 작업자와 분리하는 산업용 로봇과의 차이점이다.

이날 두산로보틱스 생산공장에는 협동로봇 제작이 한창이었다. 공장 한쪽에는 사람의 팔과 닮은 모양의 협동로봇 10여 대가 위·아래, 좌·우로 움직이는 동작을 테스트 중이었다.

1355㎡(410평) 남짓한 크지 않은 공장 안에는 기술직 직원 25명이 협동로봇을 조립하거나 품질 검사를 하고 있었다.

김대근 생산팀장은 “하루에 약 10대의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며 “직원들은 모든 공정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다기능화되어 있어 어떤 로봇을 주문받아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동로봇을 만드는 공정은 크게 ‘조인트 모듈’ ‘암 조립’ ‘시운전’ ‘캘리브레이션’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조인트 모듈 담당자들이 로봇의 각 관절에 해당하는 모듈을 만든다. 완성된 6개의 모듈은 암 조립 공정에서 어깨부터 팔목까지 사람의 팔 형태로 만들어진다.

암 조립이 끝난 로봇팔은 시운전 공간에서 총 13시간 동안 동작과 소프트웨어 테스트를 거친다. 이날 공장에는 12대의 로봇팔이 무거운 추를 들어올리거나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등 프로그램상 가능한 동작을 반복했다.

시운전을 통과한 로봇팔은 캘리브레이션 공정에서 레이저 장비를 통해 정밀·반복·정확도 등을 테스트한 뒤 최종 검수 후 고객사로 출하된다. 두산로보틱스에서 만든 협동로봇은 현대차, 토요타,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샤넬, 아모레퍼시픽, 이케아, 교촌치킨 등 다양한 산업 공정에서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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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 수원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도입될 자동화셀. 두산로보틱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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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출범한 두산로보틱스는 2017년 협동로봇 M시리즈를 시작으로 생산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에 초점을 둔 A시리즈, 최대 25㎏의 가반하중(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을 지닌 H시리즈, F&B(식음료)에 특화된 E시리즈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 2위인 일본의 화낙, 3위인 대만 테크맨로봇에 비해 후발주자지만 업계에서 가장 많은 13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타사와의 차별점으로 ‘토크센서’를 꼽았다.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과 다르게 사람 옆에서 함께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정교한 충돌감지능력이 중요하다.

협동로봇의 충돌감지 방식에는 전류제어 방식과 토크센서 방식이 있다. 전류제어 방식은 별도의 센서 없이 모터에 가해지는 전류량의 차이로 충돌을 인지하는 것으로, 가격이 낮은 대신 정확도가 떨어진다. 토크센서 방식은 가해지는 힘에 따라 저항이 변하는 센서를 활용해 협동로봇이 보다 섬세하고 안전하게 동작할 수 있지만 가격이 높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혁신적으로 토크센서 기술을 구현해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면서도 정교하고 안전한 협동로봇을 만들었다”며 “토크센서를 협동로봇 6개 관절 각 축에 도입해 힘 제어와 순응 제어 기능을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감도 98%로 설정된 협동로봇을 관계자가 손가락으로 살짝 밀었는데도 충돌을 감지한 협동로봇이 그 자리에서 바로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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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로봇 팔레타이징 솔루션. 두산로보틱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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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는 단체급식 솔루션, 복강경 수술보조 솔루션, 공항 수화물 처리 솔루션, 레이저용접 솔루션, 빈피킹 솔루션 등 신규 협동로봇 솔루션도 대거 공개했다.

국·탕, 볶음, 튀김 등 대규모 조리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단체급식 솔루션은 지난 11월 국내 최초로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 급식실에 투입됐다. 복강경 수술보조 솔루션은 2~3명의 의사가 장시간 내시경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하는 작업을 로봇이 대신함으로써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H시리즈와 덴마크 코봇 리프트의 기술을 활용해 만든 공항 수하물 처리 솔루션은 최대 70㎏의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최근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에서 사업실증(PoC)을 마쳤다.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13종의 제품군을 2026년까지 17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중 총 9개의 자동화 셀 설비를 도입한다. 자동화 셀은 협동로봇이 사람과 함께 로봇을 만드는 설비다. 자동화 셀이 도입되면 현재 협동로봇 모듈 1개당 60분 정도 소요되는 제작 시간을 37분으로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생산능력은 2200대에서 4000대로 늘어난다.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개발자와 사용자의 협동로봇 활용을 돕기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다트 스위트’를 지난 10월 출시했다. 태블릿PC 모양의 터치스크린으로 구성해 사용자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의 지향점은 인간과 로봇이 같은 장소에서 안전하게 함께 일하면서 기존 대비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라며 “협동로봇 솔루션의 다양화와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회사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원 |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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