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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이슈 로봇이 온다

[르포] 1년에 4000대… 로봇이 로봇 만드는 두산로보틱스 수원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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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팔이 무거운 상자들을 가볍게 들어 올린 뒤 적재용 깔판(pallet) 위에 성인 키보다 높게 척척 쌓아 올린다. 진공 그리퍼용(로봇손) 압축기의 소음만 규칙적으로 이어질 뿐, 작업자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적재용 깔판 위에 작은 상자 탑이 순식간에 생겼다.

지난 5일 경기도 수원시 두산로보틱스 공장에서 만난 협동로봇 팔레타이징(palletizing·적재) 설루션 작동 모습이다. 작업자가 적재용 깔판과 상자의 크기 등을 스크린에 입력하면 그래픽이 생성된다. 손가락으로 상자 그림을 움직여 쌓기 패턴이나 높이를 수정할 수 있고, 예상 작업 결과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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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 시운전 공정./두산그룹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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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용 설루션은 협동로봇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울타리가 필수라 넓은 설치 공간이 필요했고 작업자 밀착형 현장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웠다. 협동로봇은 토크·전류 센서 등의 안전장치를 내장해 강한 충돌을 방지한다. 울타리 없이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유다.

적재용 설루션 한 대당 투자비는 8000만원 수준이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물류 현장의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두산로보틱스는 현 매출의 80% 이상이 협동로봇 단품(로봇 팔) 판매에서 발생해 로봇팔 제품을 활용한 패키지 설루션 판매에도 힘을 쏟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60명 수준인 로봇 팔 개발인력과 별도로 설루션 개발을 위한 엔지니어 20여명을 두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상용화 직전 단계의 설루션들을 소개했다. 학교 단체급식 지원, 복강경 수술보조, 공항 수하물 처리, 레이저 용접 등이다.

류정훈 두로보틱스 대표는 “대당 3000만원대인 협동로봇 팔만 판매할 때와 비교해 패키지 설루션을 판매하면 매출 단가가 1억원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설루션 매출 비중은 현재 10% 수준에서 3년내에 40%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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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가 5일 수원공장에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수원=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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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모듈생산, 시운전, 미세조정 라인이 모인 공장 1층은 분주했으나 조용했다. 공장을 방문한 때는 12대의 협동로봇이 시운전 중이었는데, 관절부가 계속 작동하고 있었지만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일반적인 산업용 로봇 공장에서는 생산된 로봇의 시운전 때문에 굉장히 큰 모터 소음이 들린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작동시 소음이 적은 것도 협동로봇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생산라인은 핵심 부품인 로봇팔 관절모듈 공정에서 기존의 셀 8대에 더해 새로운 ‘자동화 셀’ 한 대를 시험 운영하며 또 한 단계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화 셀은 작업자가 부품을 가체결하면 공구 달린 로봇팔이 나머지 공정을 진행한다. 작업자 1명이 기존에는 1개의 관절모듈만 생산할 수 있었다면, 자동화 셀에서는 동시에 2개의 관절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 수원공장의 협동로봇 생산능력은 현재 연 2200대 수준인데, 내년에는 자동화 셀 8개를 추가해 연 4000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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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 관절모듈 생산공정 / 두산그룹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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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자사 제품을 사용 중인 고객사 명단을 공개했다. 현대차, 토요타, 삼성전자,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SK텔레콤, 캐터필러, 지멘스, 도레이, 샤넬, 아모레퍼시픽, GSK, 로레알, 이케아, 펩시코, 존슨앤존슨, 디올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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