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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제주인 자존감 훼손말라”…오영훈 제주지사, 원희룡 장관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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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장관, 최근 종교 행사 참석해 한라산산신제 신사참배 비유 논란
한국일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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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지사가 7일 전임 지사인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을 향해 “제주인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이는 제주 출신인 원 장관이 최근 종교 행사에 참석해 제주도민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인 한라산신제 집전을 거부한 것을 신사참배 거부에 비유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원 장관은 제주지사 재임 당시 7년 간 종교적인 이유로 한라산신제 제관을 거부해 논란이 일었었다.

오 지사는 이날 도청 소통회의실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원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칠머리당영등굿이나 해녀문화 등 제주가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존중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원 장관이 한라산신제를 신사참배에 비유하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 4일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제주지사 재임 당시 한라산신제 제관을 거부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일제강점기에도 신사참배는 '국가행사이지 신앙과 관계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신사참배 거부로 주기철 목사는 순교했다”며 “한라산신제 제관을 거부하는 것 때문에 도민들이 (도지사를)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둘 각오였다”고 말했다.

실제 원 장관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제주지사 재임 당시 종교적 이유로 한라산신제 초헌관 역할을 맡지 않아 부지사가 대신했다. 하지만 한라산신제 초헌관은 지난 2012년 12월31일 제정된 ‘제주도 한라산신제 봉행위원회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제주지사가 맡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당시 기독교 신자인 원 장관이 종교적인 이유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었었다.

지역 정치가에선 원 장관의 발언에 대해 “지사 재임 당시에도 한라산신제와 관련해 말이 많았는데, 이번 일본 신사참배에 비유한 것은 선을 넘은 것 아니냐”며 “7년이나 제주지사를 지냈으면서 굳이 그런 발언까지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탐라국 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라산신제는 도민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로 천연기념물 제160호인 곰솔 군락지에 있는 산천단 제단에서 봉행된다. 고려 후기인 1253년(고종 40년) 국가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제례로 발전했고 1703년(숙종 29년) 제주목사 이형상의 건의에 따라 국가의 공식 제례로 채택됐다. 일제강점기 중단됐지만, 2009년 다시 봉행되고 있다. 현재는 제주도의 지원을 받는 '도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제주지사가 초헌관을, 제주도의회에서 아헌관을, 한라산신제 봉행위원장이 종헌관을 맡아 전통 유교 방식으로 치러진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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