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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없이 큰 아이들에게 써주세요. 우리 손자손녀 4남매, 중고 때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난 10월 중순, 한 어르신이 관악구에 있는 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 서울지사 남부봉사관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어르신은 봉사관 책임자를 찾더니 현금 100만 원이 든 편지 봉투를 봉사관장에게 건네고는 신원을 밝히지 않고 떠났습니다.
남부봉사관 관계자는 오늘(7일) 당시 상황에 대해 "할머니께서 갑작스레 사무실을 찾아오셔서 처음에는 적십자의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저희가 해결해드려야 할 민원이 있는 줄 알았다"며 "소중한 기부금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임자인 봉사관장을 찾아 직접 전달하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의 기부자가 건넨 봉투 한 면에는 서툰 한글로 부모 없이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써달라는 당부가 쓰여 있었습니다.
기부금이 "약소"하다면서, 자신에 관해선 "94세"라고만 적었습니다.
한적 서울지사는 94세 익명 기부자의 뜻을 살려 아동복지시설 퇴소 후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과 위기가정 아동·청소년에 생계·주거비를 전달하는 사업에 기부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한편 한적은 '변하지 않는 희망'을 주제로 지난 1일 적십자회비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내년 1월 말까지 집중적으로 전개합니다.
(사진=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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