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끌어안기'로 긍정평가…험지 출마·불출마론으로 지도부와 갈등
'주류 외면'에 현실정치 벽 못넘어…안철수 "전권 준다더니 무권"
회의 참석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안채원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예정된 활동 종료 시점인 24일보다 보름가량 빠른 7일 활동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0월 26일 출범 이후 42일 만에 해산을 결정한 것이다.
'파란 눈의 혁신 집도의' 인요한 위원장이 이끈 혁신위는 출범 후 당내 비주류, 호남·청년 등 여당 지지 취약층 끌어안기에 나서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가장 힘을 줬던 '주류 희생' 요구는 관철하지 못한 채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혁신위의 의욕과 이상은 넘쳤으나 주류의 외면에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한 '미완의 혁신'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강서 참패'에 인요한 혁신위 출범…광폭 행보에 호평
김기현 대표는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를 반영해 혁신위를 띄웠다.
같은 달 23일 김 대표는 국민의힘 영입 인재로 거론되던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위촉하고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호남 출신의 '특별귀화 1호' 인 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여성·청년·수도권 인사를 대거 배치한 혁신위는 사흘 뒤 공식 출범했다.
인 위원장은 출범 다음 날부터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등의 징계를 해제하는 '대사면'을 제안했다.
지도부와 각을 세워 온 유승민 전 의원, 홍 시장 등을 찾아가 만났고 이 전 대표의 부산 토크콘서트에도 '깜짝 방문'했다.
이태원 참사 추모식에 참석하고 광주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 제주 4·3 평화공원을 참배하며 기존 여당과는 다른 색깔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혁신위는 1호 '대사면' 안건에 이어 국회의원 특권 배제 등을 골자로 한 2호 안건, 청년 비례대표 50% 배치 등 3호 안건, 전략공천 원천 배제 등 4호 안건,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등 5호 안건을 차례로 내놨다.
통합과 희생에 집중한 이런 혁신안은 발표 때마다 큰 주목을 받았고, 당 안팎의 호응도 상당했다.
발언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
◇ '주류 희생' 안건으로 지도부와 갈등, 결국 조기 해산
그러나 혁신위는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희생' 안건으로 지도부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출범 초기부터 '영남 스타 험지 출마론'을 언급했던 인 위원장은 이 안건을 11월 초 권고안으로 내놓은 뒤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하라'와 같은 압박성 메시지를 잇달아 발신했다.
이에 주류는 '너무 급하다'며 반발했다. 김기현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말했고, 장제원 의원은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 달 가까이 주류의 뚜렷한 응답이 없자 혁신위는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격상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강경파 혁신위원들이 의결 요구 시점에 대한 이견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혁신위 내부 혼란도 있었다.
인 위원장은 지도부가 희생 안건을 의결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는 요구도 내놨다.
그러나 김 대표가 2시간 만에 이를 단칼에 거절했고, 당내에서도 '인 위원장이 과도하다'는 불만 기류가 형성됐다.
지도부는 결국 혁신위의 주류 희생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인 위원장은 전날 김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에 특별한 반론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동력을 잃은 혁신위는 7일 회의에서 조기 해산을 공식화했다.
인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소신껏 하라고 했다'는 발언으로 일으킨 윤심(尹心) 논란,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해 '도덕이 없는 것은 부모 잘못'이라고 말했다가 일어난 실언 논란 등도 혁신위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대표와 혁신의 회동' |
◇ 수술 완료 못한 '미완의 혁신'…공관위가 바통 이어받을까
인 위원장은 이날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 잘 파악해 우리가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혁신위가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자평했다.
주류 희생에 대한 지도부의 응답이 끝내 나오지 않아 혁신위가 '수술'을 완료하지 못했으나, 총선이 가까워지면 혁신위 요구대로 실제 '결단'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 지도부 역시 "거부가 아니라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발신해왔다.
인 위원장은 전날 김기현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을 언급하며 희생 필요성을 끝까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류 희생론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확신한다. 믿고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혁신에 대한 절반의 성공, 그 나머지 절반은 앞으로 펼쳐지게 될 공관위 몫이 될 수도 있다. 혁신위 혁신은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공관위를 구성하는 게 지도부의 막중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비주류 측에선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 대표가 전권(全權)을 주겠다고 했는데 전권이 아니라 무권(無權)"이라고 평가했고, 허은아 의원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허망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옛날로 회귀하는 것 같다. 악순환"이라며 "이렇게 되면 당 지지율이 회복되기 어렵고 '김기현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혁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조기 해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장미 혁신위원은 회의 전 지도부를 향해 "과연 지금까지 얼마나 희생에 대해 생각했고 움직임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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