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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日 고교생 ‘읽기’ 세계 15→3위로…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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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학까지 4년 만에 실력 껑충… “코로나 휴교 짧았기 때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청소년 학력 평가인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일본이 약진하고 한국도 선전하는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공개된 지난해 PISA 순위에서 일본은 읽기 부문에서 81국 중 3위를 기록, 직전 평가(2018년 15위)에서 대폭 상승했다. 수학도 직전 6위에서 5위로, 과학은 5위에서 2위로 올랐다. 한국도 읽기 4위, 수학과 과학에선 각각 6위와 5위를 기록하며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싱가포르가 세 부문에서 모두 1위였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강세 속에서도 일본이 단연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일선 학교의 수업 차질로 학력 저하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순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PISA는 각국의 만 15세(한국에서는 고1)를 대상으로 3년마다 치르며 읽기·수학·과학 세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공신력 있는 청소년 학력 평가로 꼽힌다. 원래 2021년 치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연기돼 지난해 실시됐고 81국에서 69만명이 참가했다.

일본의 약진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휴교하거나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대부분 나라와 달리, 가급적 휴교를 피하고 정상 수업을 진행했던 정책 덕분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 기간 전체 학교 대비 ‘3개월 이상 휴교’한 학교의 비율을 조사했더니 일본은 15.5%로, OECD 평균(50.3%)보다 훨씬 낮았다. 일본과 달리 3개월 이상 쉰 학교의 비율이 높은 독일(71.3%)과 네덜란드(63.7%)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이번 PISA 결과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조선일보

일본 중·고등학교는 코로나 확산으로 불가피하게 휴교하더라도 학생들에게 도서실을 개방하거나 학습 프린트를 전달한 사례가 많았다. 이런 정책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가정 환경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고른 성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부모들의 학력·직업·자산에 따라 분류한 4개 그룹 중 최상위권 그룹에서 성적 우수자(상위 3분의 1) 비율(38.8%)이 높았지만, 최하위 그룹에서도 열 명 중 한 명꼴(10.2%)로 성적 우수자가 배출됐다. OECD 평균으로 집계한 최하위 그룹 내 성적우수자 비율(2.4%)의 네 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미즈카 히로아키 오차노미즈여대 명예교수(교육사회학)는 “가정 환경이 안 좋은 학생은 학교 이외에 배움의 기회가 부족해 휴교가 길어지면 여실히 학력 저하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 창의성과 인성을 중요시한다는 취지로 이른바 ‘유토리(여유) 교육’을 대대적으로 도입했다. 지식을 직접 가르치는 방식의 수업이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기초 학력 저하, 학력 격차 확대, PISA 순위 급락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2007년 전국 학력 평가를 부활시키며 유토리 교육을 폐기했다.

한국도 이번 PISA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모든 영역에서 4년 전보다 비슷하거나 높아졌다. 2018년 대비 수학과 읽기 점수는 1점씩, 과학은 9점 올라갔다. OECD 국가들이 대체로 성적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은 성취 수준을 유지했고 순위가 올라 코로나 기간 학교 폐쇄나 원격 수업의 여파가 다른 국가들보다 적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휴교 기간에도 온라인 수업을 대면 수업과 최대한 비슷하게 진행하는 등 교육 당국의 선제적 대응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번 결과와 관련해 “코로나 이전부터 교실에 무선 인터넷망을 설치하는 등 우수한 인터넷 환경을 갖고 있어 원격 교육을 할 때 학생과 교사의 소통이 원활했다”면서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헌신한 것도 학습 손실이 적었던 이유”라고 했다.

한편 이번 PISA를 통해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가 학업 성취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OECD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업 시간에 디지털 기기 때문에 산만해진 학생들은 그런 방해를 받지 않는 학생들보다 수학 영역 점수가 15점 떨어졌다. 반면 적절한 디지털 기기 사용은 오히려 학업 성취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학습활동에서 하루 1시간까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보다 수학 성적이 14점 높았다. OECD는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기를 적당히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학업 성취에 긍정적 효과가 있고, 오남용하는 것은 부정적”이라면서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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