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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화)

‘브런치하려 소아과 오픈런’ 포럼글 표현 논란…맘카페 “그런 부모가 어딨나”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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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 정부 정책 비판 속 일부 표현 논란…맘카페로 확산

전체적인 글은 의대증원 확대 비판에 초점…특정 집단 겨냥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여

의료정책연구원 측, 논란 표현 배경 질의에 ‘별도 답변 없다’ 취지로 입장 전해와

세계일보

서울의 한 동네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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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최근 의료정책포럼에 기고한 글 일부를 두고 맘카페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의료 붕괴 우려에 나온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안 등을 비판하던 중,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를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려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는 일반화 표현을 쓴 게 문제가 되면서다.

앞서 우 원장은 지난 4일 의료정책연구원이 펴낸 ‘계간의료정책포럼 제21권 2호’를 여는 시론에서 “언론에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이 오르내리면서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이 OECD 국가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긴 것이라 말하며, 의대 입학정원 증원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에 ‘과연 그럴까’라며 질문을 던진 우 원장은 응급환자 분류와 후송을 담당하는 ‘1339 응급콜’ 시스템이 관련 법 개정으로 119로 통합·폐지되면서 ‘응급실 뺑뺑이’가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소방대원이 응급환자의 경·중증 구분 없이 환자를 대형병원으로만 보내면서 경증 환자가 내원 환자의 90% 가까이 차지했고, 정작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 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한다면서다.

이와 함께 ‘소아과 오픈런’을 두고 우 원장은 “저출산으로 소아인구가 감소하면서 소아과 의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소아인구가 줄어드니 소아과 의원 수도 감소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아침 등 특정 시간에 환자와 보호자가 몰리면서 조금이라도 빨리 줄을 서려는 ‘오픈런’이 생겨났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젊은 엄마들이 소아과 진료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면서 동네 소아과가 문을 닫는 경우도 늘어났다’거나 ‘직장생활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짚은 뒤에 이어진 글이 문제가 됐다.

우 원장이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어서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말한 대목에 시선이 쏠리면서다. 개인 시간을 즐기려는 엄마들의 욕심이 오픈런을 유발한다는 ‘일반화’로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문구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고, 누리꾼들은 “아이가 학교나 유치원을 가야 하니까 오픈런을 하는 거다” “애가 아픈데 브런치가 입에 들어가나” “오픈런을 하면 얼마나 힘든데 그런 말을 하나”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내 자식이 아픈데 커피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한시라도 빨리 진료를 받고 약 먹이려고 아침 일찍 가는 거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계일보

지난 4일 나온 의료정책연구원의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실린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의 기고문 일부. 글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를 비판하는 쪽이 중심 내용이었지만 ‘소아과 오픈런’의 일부 원인을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비치는 표현(빨간 밑줄)이 들어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의료정책연구원 측은 해당 논란에 ‘별도 답변은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세계일보에 전해왔다. 의료정책연구원 ‘계간 의료정책포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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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대한의사협회는 응급실 뺑뺑이 관련 응급환자 분류후송 체계의 신속한 확립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소아과 오픈런 관련해서도 소아과 동네의원이 유지될 수 있게 정부에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등을 보면 우 원장 글은 의대정원 확대로만 해결 보려는 정부의 미봉책을 겨냥한 비판이 핵심이다. 그 외에 ‘인구 1000명당 의사 1명이 늘어날 경우 1인당 의료비는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보고서가 있다’ 등도 의대증원 시 발생할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지 특정 계층이나 집단 비꼬기가 글의 의도는 아닌 것으로 읽힌다.

우 원장은 “일각에서 의사 숫자를 충분히 늘리면 그중 일부는 낙수효과로 필수의료 분야로 가지 않겠냐고 주장하는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분야에 의욕을 갖고 서로 지원할 수 있게 국가가 해 줘야지 피부, 미용분야 못 가고 떠밀려 간 의사들에게 국민의 생명을 맡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국민의 생명을 살리려 밤새워 환자 곁을 지키는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환자 생명 지키는 일에 종사할 수 있게 국가와 사회는 도와야 할 책무가 있다”며, “올바른 정책은 의대 증원이 향후 우리나라 보건의료 전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먼저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문장으로 글을 맺었다.

의료정책연구원 측은 ‘브런치’ 표현을 우 원장이 언급한 배경에 관한 세계일보 질의에 ‘별도의 답변은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입장을 보내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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