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지만 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각종 악재가 엄습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내년에도 1%대 성장에 머물 것이란 비관론까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고물가 부담이 청년층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와 우리나라 경제 활력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 한은 "원자재값 상승 시 성장률 2% 하회"···주요 기관 전망도 '암울'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2%에서 2.1%로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데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등장했다.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확산되면 원자재 가격이 뛰고 주요 품목 가격이 올라 성장률이 1.9% 안팎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내놓는 내년 성장률 전망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지난 2월만 하더라도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대외 수요 회복과 수출 증가 기대감 속에 이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높은 2.4%로 상향됐지만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5월 2.3%로 하향 조정됐다. 8월에는 0.1%포인트 더 낮아진 2.2%로 예측됐고 석 달 만에 또다시 0.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내년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8월 2.4%에서 2.6%를 거쳐 지난달 2.8%로 치솟았다.
주요 기관들도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2%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1.8%)을 비롯해 씨티(1.7%)·HSBC(1.6%) 등은 1%대 성장률을 예상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1%대 성장률에 머문다면 195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첫 사례다.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에 진입해 충격파가 고스란히 서민 가계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넉 달째 3%대 고물가···청년 체감 고통 가중될 듯
올 하반기부터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 물가 역시 기대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체감 물가 상승이 청년층에게 작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오르며 넉 달 만에 상승 폭이 축소됐다. 10월 상승률은 3.8%였다. 다만 정부가 내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3.3%)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지난달 서비스물가 가운데 공공 서비스는 택시요금(20.7%), 시내버스요금(11.2%) 등이 오르면서 1년 전보다 2.2% 뛰었고 개인 서비스도 보험서비스료(12.9%), 구내식당 식사비(5.5%), 공동 주택 관리비(5.4%) 등이 오르면서 4.2% 상승했다.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4%대를 지속하고 있다.
고물가 여파에 청년층 시름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경제고통지수'에서 청년층 고통이 전 연령대 중 최고로 나타났다. 한경협 관계자는 "청년 체감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데다 음식·숙박, 식료품 등 청년층이 많이 소비하는 물품 가격 상승률이 평균치를 웃돌아 다른 세대보다 고통이 훨씬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고용 불안을 겪는 청년층은 가처분소득 자체가 적어서 다른 세대에 비해 고물가 영향에 더 민감하다"며 "청년 생애 주기 과정이 잘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배근미·최예지 기자 athena35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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