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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故김수용 감독 영결식…거장 향한 영화인들의 아름다운 작별인사(종합) [N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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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에도 슬픔이'·'갯마을'·'안개' 등 연출 김수용 감독 영결 및 발인식

신영균·이장호·정지영·장미희·강석우·김성수 등 영화배우·감독들 다수 참석

뉴스1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영화인장으로 엄수된 고(故)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에서 신영균 신영균예술문화재단 명예이사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만추' 등을 연출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김 감독은 지난 3일 94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2023.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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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얘기를 좋아하고 고스톱을 서로 좋아했던 우리가 이제 저만 남고 헤어질 차례가 되었습니다. 선배님은 고스톱으로 100원만 잃어도 못 견디고 펄펄 뛰고는 하셨습니다. 중생과 소생은 그런 대생의 모습이 좋아서 박수 치며 즐거워했지요."(제작자 황기성, 황기성사단 대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행사장에서 고(故)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신영균(신영균예술문화재단 명예이사장), 오동진 평론가, 이장호 감독, 양윤호 감독, 김성수 감독, 정지영 감독, 배우 장미희, 강석우, 조한철 등 영화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영결식은 강석우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신영균 명예이사장, 이장호 감독, 황기성 대표, 양윤호 감독, 장미희, 김성수 감독, 김경식 청주대학교 예술대학교 학장이 차례로 고인에게 추도사를 애도의 마음을 드러냈다.

강석우는 데뷔작인 영화 '여수'(1978)로 김수용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사회자로 처음 마이크를 잡은 그는 "'여수'를 찍을 때 스물한 살 철부지 나를 데리고 난감해 하시고 먼 산을 보시던 그분, 나를 다방으로 불러서 그 당시 비싼 담배 세 갑을 쥐여주신 그 뜻은 무엇이었을까, 세월이 흐르고 나니까 알 것 같다"며 "위대한 영화 감독 김수용 감독님을 보내드리면서 여러분과 함께 마지막으로 추억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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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영화인장으로 엄수된 고(故)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에서 황기성 황기성사단 대표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만추' 등을 연출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김 감독은 지난 3일 94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2023.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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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영화인장으로 엄수된 고(故)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에서 정지영 감독이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고 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만추' 등을 연출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김 감독은 지난 3일 94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2023.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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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만추' 등을 연출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김 감독은 지난 3일 94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2023.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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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영화인장으로 엄수된 고(故)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에서 정지영 감독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고인의 생전 영상을 보고 있다. 왼쪽부터 황기성 황기성사단 대표, 신영균 신영균예술문화재단 명예이사장, 배우 장미희, 이장호 감독, 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 정지영 감독. 2023.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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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중에 강석우는 자신의 예명이 김수용 감독이 직접 지어준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돌 석에 비 우자를 지어준 김 감독은 "비 맞은 돌처럼 깨끗하게 살라"며 이름의 의미까지 풀이해줬었다고.

장례위원장인 정지영 감독이 고인의 약력을 소개한 뒤 영화계 원로이자 배우인 신영균 명예이사장이 첫번째 추도사를 하기 위해 앞으로 나왔다. 신 명예이사장은 "김수용 감독과 나는 여러가지 인연이 있다, 김수용 감독은 촬영장에서 나를 만나 동갑내기라고 했다, 내가 김수용 감독에게 '동갑내기가 아니다, 나는 28년생이다, 당신은 29년생이다' 분명히 얘기했는데도 만나면 동갑내기라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신영균 명예이사장은 "김수용 감독은 100여편 작품을 감독했는데 나는 김수용 감독 작품을 한 열 작품은 했을 거다, 동갑내기로 굉장히 잘 지냈다, 나보다 먼저 가니까 너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인에게 "좋은 작품 많이 준비해서 내가 가면은 꼭 김수용 감독의 작품에 또 출연하겠다, 나는 죽어서도 영화배우로서 살고 싶다"고 마지막 인사를 덧붙였다.

고인과 절친한 사이였던 후배 황기성 대표는 생전 김 감독이 스스로를 대생이라고 부르고 자신과 또 다른 후배를 중생, 소생이라 불렀다면서 고스톱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밝혀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한 그는 "선배는 자신이 당대 어떤 감독과 비교되는 것을 거부했다, 영화계 김수용 사단이라는 수식어까지 돌았다, 열심히 산 94년을 남기고 이렇게 떠나신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김수용 감독님, 우리의 영원한 대생이신 선배님, 유현목, 김기영, 이만희, 하길종 등 우리가 사랑하는 감독님을 도로 만나셔서 크게 웃으면서 즐겁게 한잔들 하시지요, 그리고 오늘 한국 영화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주십시오, 열심히 일하고 있는 후배들의 존경을 합해 김수용 감독님 영정에 삼가 올립니다"라고 고인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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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한철 씨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영화인장으로 엄수된 고(故)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만추' 등을 연출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김 감독은 지난 3일 94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2023.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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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영화인장으로 엄수된 고(故)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에서 이장호 감독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만추' 등을 연출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김 감독은 지난 3일 94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2023.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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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과 함께 작업을 했던 세대는 아니지만 고인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후배 영화인 장미희, 김성수 감독도 추도의 말을 전했다.

장미희는 "이 자리가 형식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내게서 감독님은 늘 커다란 산이셨고 그리고 내가 늘 우러러 보던 어른이셨고 대(大)스승이어서 그러하다"면서 "나는 감독님께서 데뷔 작품을 만드셨을 때 태어났다, 그래서 늘 한국의 영화 거장 김수용 감독님, 이렇게 신문이나 방송이나 라디오에서 듣고 자란 세대다, 그래서 함께 영화 작업을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배우가 됐어도 감독님은 내게 너무 어려운 큰 어른이셨다"고 말했다.

또한 장미희는 고인이 영상물등급위원장으로 있을 때 자신 역시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분과에 있어 인연을 맺었다면서 영화인이자, 후학을 양성한 스승, 영화 관련 기관에서 영화계를 위해 일한 고인을 본받아 자신도 같은 길을 가겠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인으로, 전문인으로 한 계통 문화인의 수장으로 계실 때 그분의 봉사정신은 나로 하여금 (나 역시) 영화계를 위한 꽃과 꿀만을 따는 배우가 아니라 단체에 기여하며 사랑 받은 것에 대한 커다란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영향을 주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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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영화인장으로 엄수된 고(故)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에서 배우 장미희 씨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만추' 등을 연출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김 감독은 지난 3일 94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2023.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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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영화인장으로 엄수된 고(故)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에서 김성수 감독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만추' 등을 연출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김 감독은 지난 3일 94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2023.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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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흥행 중인 영화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과거 유현목 감독의 제자로 김수용 감독을 만나 인터뷰했던 인연이 있다. 김 감독은 "고 김수용 감독님 떠나보내는 자리에 나보다 젊은 영화인들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아마도 감독님의 영화를 기억하고 감독님을 충무로에서 뵌 적 있는 막내 세대가 나여서 그런 것 같다"며 추도사의 운을 뗐다.

그는 "저희 세대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는 감독님의 명작 '저 하늘에도 슬픔이'가 1965년도 작품이라 영화 학도인 저 역시 자료 필름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현목 감독님의 제자다, 1988년에 유 감독님의 분부로 김 감독님을 뵙고 하루종일 긴 대화 나누고 기록을 정리한 기억이 있다, 그때 감독님은 너무 정정하셨다"고 밝혔다.

김성수 감독은 "감독님의 영화는 시대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솔직하게 투영했다, 삶의 피로와 외로움, 등뼈까지 아려오는 허기도 오롯이 담아내셨다, 당대 관객들이 휘청이며 건너온 그 고달픈 세월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사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은 따뜻하게 위로 받았다, 그 시대 영화가 해야 할 일을 김수용 감독의 영화가 성실히 해왔다"고 김수용 감독의 작품이 이 시대에 주는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대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영화만큼 좋은 게 없다, 후배 감독의 영화들 역시 김수용 감독과 같은 선배들의 시대 정신에 뿌리를 둔다, 감독님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감독님 안녕히 가시라"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모든 추도사가 끝난 뒤 고인의 아들인 김석화(서울대 의대 교수)는 울먹이며 "아버님은 지금 굉장히 행복하실 거다,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이렇게 행복한 자리가 어디있겠습니까, 다시 한 번 영화인 여러분께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수용 감독은 지난 3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1929년생인 김수용 감독은 1960년대와 70년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1958년 '공처가'로 데뷔해 90년대까지 30년 넘게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대표작으로 '굴비'(1963) '혈맥'(1963) '갯마을'(1965)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산불'(1967) '사격장의아이들'(1967) '안개'(1967)를 비롯하여 1970년대의 '야행'(1977), '화려한 외출'(1978), 1980년대 작품으로는 '도시로 간 처녀'(1981) '만추'(1982) '저하늘에도 슬픔이'(1984) '허튼소리'(1986)등 다수의 작품이 있으며 1990년대에는 '사랑의 묵시록'(1995)과 '침향'(1999)이 있다. 김수용 감독의 연출작은 극영화 109편, 문화영화 12편으로 총121편이다.

'혈맥'으로 1963년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을, '저 하늘에도 슬픔이'로 1965년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받았다. 또 '갯마을'(1964)에 이어 1979년 '사랑의 조건'으로 백상예술대상에서 감독상 트로피를 받기도 했다.

오동진 평론가는 "'갯마을' '안개' '산불' 이런 작품들이 65년, 67년, 68년까지 이어진 것으로 오영수 선생의 단편 소설을 영화로 만들거나, 김승옥 선생의 소설 '무진기행'으로 만든 '안개', 차범석 선생의 '산불' 같은 작품들이 있다"며 "후학들은 김수용 감독을 문예 영화의 시조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인문주의적인 감성을 한국 영화계에 들여온 감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영화를 현대화하는 데서 선구적인 역할한 분으로 기억하고 배웠다"고 고인의 영화 세계에 대해 평했다.

고인은 1981년부터 1993년까지 청주대학교 영화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1992년까지 서울예술대학 영화학과 특임강사 겸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특임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었고, 영화감독으로는 최초로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김수용 감독의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러졌다. 아들 김석화씨와 배우 안성기 이장호 감독, 배우 장미희, 정지영 감독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장례위원으로 김혜수, 류승완 감독, 문성근, 문소리, 민규동, 봉준호 감독, 윤제균 감독, 이영애,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등 유명 영화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고 김수용 감독의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에 마련됐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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