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인 안전보건 컨설팅엔
“계획대로면 완료까지 25년 걸려”
경영계 설문 ‘신빙성 부족’ 비판
민주당 찬성 조짐에 “정치 거래”
4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발제자로 나선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사고사망과 중대재해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매년 700명 이상이 죽어 나가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민생이 아니라는 것인가”라고 했다.
최 실장은 현재 중대재해 기소 사례가 30건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법 집행 효과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도 했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이 중대재해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다.
최 실장은 “대기업에 대해서는 봐주기 수사를 하고, 50인 미만 기업에는 적용 유예 연장으로 ‘버티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킨다”며 “법을 통째로 무력화하려는 개악”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법 적용 유예 연장 대신 제시하는 대책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24년 2만6500곳에 안전보건 컨설팅을 하겠다고 했는데, 약 83만개에 달하는 50인(억원) 미만 사업장들에 1회라도 컨설팅을 완료하려면 25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안전보건인력 지원금을 계산해보면 2년 한정으로 1111곳에서만 안전보건인력을 운용할 수 있다고 민주노총은 지적했다.
최 실장은 “재정도 인력도 불가능한 컨설팅 확대를 적용 유예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적용을 회피하려는 주장”이라며 “중소기업 지원대책은 법 적용 유예 연장과 거래 대상일 수 없으며, 법의 실질적 적용과 병행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이 법 적용 유예 연장의 근거로 드는 경영계의 설문조사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실태조사’의 경우, 제조업·비제조업과 수도권·비수도권을 절반씩 조사한 지난 4월 설문에서는 59.2%가 ‘법 준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제조업 사업장 대표이사·임원 등이 다수였던 8월 설문조사에서는 ‘법 적용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80%에 달했다. 최 실장은 “적용 유예 연장을 요구하기 위한 설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노동부가 지난 3월 직접 발주한 한국안전학회의 ‘50인 미만 사업장 1442곳 실태조사’ 결과 안전보건 의무를 갖췄거나 준비 중이라는 응답이 81%에 달했는데도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설문조사에서 ‘적용 유예 연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민주노총은 더불어민주당이 적용 유예 연장에 찬성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두고는 ‘총선을 앞둔 정치거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사과와 구체적인 준비계획, 정부·기업의 2년 뒤 시행 약속 등을 조건으로 법 적용 유예 연장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매년 700명씩 죽어 나가는 현실을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사과와 약속으로 개선할 수 없다”며 “생명과 안전, 민생을 저버리고 법 무력화에 결정적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5일 국회 앞에서 법 적용 유예 연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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