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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학교·성별 쏠림, 판결에 영향…비법조인도 필요” 응답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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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대법관 다양화’에 대한 시민 여론조사 결과

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층 대법정 입구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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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늘려야 하나’ 질문에
20대 여성 68%가 긍정
30대 남성 30%만 공감

대법원 구성 다양화 위해
“진보·보수 비율 맞춰야”
응답자 33%로 가장 많아

“외견상으로 공정해 보여야
판결도 사회적 신뢰 얻어”

대법관 다양화에 대한 시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대체로 대법관 구성이 특정 학교·경력·이념으로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했다.

20대 여성 응답자 10명 중 7명가량은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인 대법관이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역대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 출신에다 법관 경력을 가진 50·60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까지 임명한 3명의 대법관도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법관)이다. 윤 대통령이 여성인 박정화 대법관 후임으로 남성을 임명해 4명이던 여성 대법관은 3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달 말 퇴임하는 민유숙 대법관 후임으로 여성이 임명되지 않으면 여성 대법관은 2명으로 줄어든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리서치를 통해 지난달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법관 다수가 특정 학교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4.0%는 ‘관점이 편향될 수 있으므로 특정 학교 출신이 편중돼선 안 된다’고 답변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은 특정 학교 출신이라는 대법관의 개인적 특성이 그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 나아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출신 학교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응답자의 25.3%는 ‘능력이 중요하므로 명문대 출신이 많을 수밖에 없다’, 17.4%는 ‘출신 학교 분포는 상관없다’고 답변했다.

대법관에 법관 경력이 꼭 필요한지를 두고도 응답자의 58.2%는 ‘사건마다 특수성이 있으므로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판사 출신 이외의 법조인들도 대법관으로 뽑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재판 경험이 많은 판사들 중에서만 대법관을 뽑아야 한다’는 응답자는 28.9%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들은 대법관 다양화에 대해서도 대체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44.5%는 비법관 경력 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41.3%)는 답변보다 높은 비율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 못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들은 대법관 다양화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정 학교 편중에 반대(74.2%)하고, 여성 대법관 증원(56.2%)과 비법관 배분(67.8%)이 필요하다는 답변 비율이 높았다.

대법관 성별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현재보다 여성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42.5%로 가장 많았다. ‘현재보다 남성을 더 늘려야 한다는 답변은 6.7%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27.8%는 ‘성별 구성은 상관없다’, 21.0%는 ‘현재 남녀 비율이 적절하다’고 했다.

대법관 성별 다양화에 대한 시각 차이는 20·30대 여성·남성 응답자군에서 두드러졌다. 20대 여성 응답자군의 68.6%가 ‘현재보다 여성을 더 늘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여성 대법관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응답자군이었다. 30대 여성 응답자군도 절반 이상(50.7%)이 여성 대법관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반면 20대 남성 응답자군은 45.1%가 여성 대법관을 늘려야 한다고 했지만, 성별 구성은 상관없다는 답변도 30.1%였다. 30대 남성 응답자군의 경우 30.2%만 여성 대법관을 늘려야 한다고 답변해 전 연령대 남성 응답자군 중 여성 대법관 증원에 공감하는 비율이 가장 낮았다.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도 있었다.

가장 많은 응답자(33.2%)가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 비율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답변했다. 정치권과 언론이 대법관 구성을 진보·보수라는 프리즘으로 조명하거나 특정 성향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비토(거부)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보니 시민들이 ‘이념적 균형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응답자의 22.3%는 ‘서울대 등 특정 학교에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19.5%는 ‘검사나 판사가 아닌 다른 사회적 경력을 가진 대법관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12.6%는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 대법관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20대 여성 응답자군은 유일하게 1순위 대안으로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 대법관 증원(29.8%)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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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김태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권력감시1팀 팀장은 “판결은 공정할 뿐 아니라 외견상으로도 공정해보여야 사회적 신뢰와 존중을 받을 수 있다”며 “다양한 경력과 출신의 대법관들이 상호 이견과 토론을 거쳐 최종적 판결을 할 때 시민 일반의 신뢰도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이어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에 보수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만을 연이어 지명하고 있는 현 정부가 이번 조사 결과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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