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새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세대 교체됐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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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지난달 KB금융지주가 9년 만에 새로운 회장을 맞이하게 되면서 사실상 5대 금융지주 모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지난 2년 사이 회장들이 새로운 얼굴들로 바뀐 셈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행원으로 입사해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내부 출신 인물들은 물론 금융위원장 출신 등 엘리트 관료까지 화려하다. 이들이 추후 어떤 색깔로 금융지주를 이끌어나갈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는 회장들이 모두 바뀌었으며 이들 가운데 3명은 내부 출신, 2명은 외부 출신으로 교체됐다.
가장 최근에 세대교체를 이룬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을 지난 9년간 이끌어온 윤종규 전 회장이 세대교체를 택하면서 양종희 회장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신한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 KB금융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회장들을 맞이했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3곳은 내부 출신 회장이, 우리금융, NH농협금융 등 2곳은 외부 출신 회장이 자리에 올랐다.
이들의 주요 이력으로는 우선 양 회장의 경우 행원으로 시작해 현재 자산규모만 700조원 이상의 금융그룹를 이끄는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KB금융 역사상 첫 '행원 출신' 회장이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양 회장은 전주고를 나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고 서강대 경영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양 회장은 1989년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으로 입행한 이후 은행 영업점, 재무 관련 부서 등에서 20여년간 근무하며 은행 업무들을 경험했다. 이후 2008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들을 맡았다. 2014년부터는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낸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 및 재무통이다.
지주 전략 담당 임원 시절에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이끌어 낸 주역으로 활약했다.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후에는 회사를 직접 이끌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려놨다. 양 회장은 비록 은행장 경험은 없지만 지난 2021년 부회장에 선임된 후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 고객 등 부문장을 두루 맡으면서 은행과 비은행 비즈니스 영역을 총괄 지휘, 성과를 내며 역량을 보여줬다.
올해 3월 회장에 오른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약 37년간 신한금융에 근무했던 내부 출신이다. 진 회장 역시 행원부터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 지금의 회장까지 올라왔다. 그에게는 따라붙는 별칭들이 있다. '고졸 신화', '상고 신화', 행원 신화', '일본통' 등이 대표적이다. 진 회장의 첫 입행은 기업은행이었다. 그는 덕수상고 3학년 기업은행 입행이 결정돼 은행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신한금융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 인력개발실, 명동지점을 거치고 오사카지점장, SBJ은행 법인장 등 오랜 기간 일본에서 경력을 쌓아 국내 금융권의 대표적 '일본통'으로 꼽힌다. 그는 은행을 다니면서 방통대 경영학을 전공하고 중앙대 경영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신한금융 부사장을 지내며 지주 경험도 가지고 있는 데다 회장에 오르기 직전에는 신한은행장으로 지주 내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이끌었다. 지난 2019년부터 신한은행장을 역임하며 보여준 성과로 연임에 성공해 4년간 신한은행을 이끌기도 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또 다른 '고졸 신화', '상고 신화', 행원 신화'로 일컬어진다. 강경상고에 진학한 함 회장은 1980년 서울은행(현 하나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첫발을 들였고 은행에 다니면서 주경야독으로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기도 했다.
행원을 시작으로 42년여 동안 하나금융에서 근무하며 회장까지 오른 함 회장은 하나은행 충남·대전지역본부장,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영업통'으로도 불린다. 2015년에는 하나-외환은행의 초대 통합 하나은행장을 보내며 물리적 통합과 화학적 통합을 이뤄냈다고 평가받는다.
이후에는 지주로 자리를 옮겨 하나금융 경영관리부문 부회장, 하나금융 ESG 총괄 부회장을 맡았고 이에 ESG 경영 전문가로 불리기도 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및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엘리트 관료'인 외부 출신 회장들이다. 임 회장은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또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및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도 받았다.
임 회장은 연세대 재학시절 행정고시(24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1999년 재정경제부에서 최연소 은행제도 과장에 선임됐다. 그는 재경부에서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장, 금융정책심의관, 경제정책국장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도 맡았고 이후 기재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실장 등 공직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2013년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지내며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주도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금융위원장을 지내며 민관을 두루 경험했다.
이 회장도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 회장은 동아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경제학과와 미국 MIT 경영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경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수관리과장, 증권제도과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이후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예산실장, 제2차관 등을 거치고 금융위 상임위원,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등을 지냈다. 이 회장은 금융, 예산, 세제 등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경험이 풍부한 정통 경제관료라는 평을 받는다.
이 회장은 또한 지난 2021년 6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몸을 담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특별고문으로 참여했던 이력도 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령층은 모두 60대다. 함 회장이 올해 67세로(1956년생) 가장 맏형이었고 임 회장과 이 회장이 1959년생으로 64세 동갑내기다. 양 회장과 진 회장은 둘 다 62세(1961년생)로 같다.
회장들의 고향은 주로 호남지역이 많았다. 양 회장은 전라북도 전주, 진 회장은 전라북도 임실 출신이다. 임 회장은 전라남도 보성이 고향이다. 함 회장은 충청남도 부여가 고향이고 이 회장은 경상남도 부산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며 "외부 출신은 조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새로운 시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통상 3년이라는 회장의 임기를 감안한다면 업무 파악 및 조직 파악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아쉬움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내부 출신은 큰 변화를 일으키긴 어렵겠지만 이미 오랜 기간 업무,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시행착오가 적다"며 "특히 지금처럼 행원 등 사원부터 차근히 회장으로 오르는 사례들이 많아진다면 향후 직원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단비 기자 2234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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