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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저출산 땐 北체제 붕괴"…위기의 김정은, 어머니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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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률 감소를 막고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 혁명의 대를 꿋꿋이 이어 나가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년 만에 열린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해 저출산 문제 극복을 당부하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에선 남녀 한 쌍이 아이 두 명도 낳지 않는 수준으로 출산율이 떨어졌는데, 노동력이 절실한 저소득국가에 더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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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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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나서 '출생률' 강조



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해 "지금 사회적으로 놓고 보면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며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 혁명의 대를 꿋꿋이 이어 나가는 문제와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인 문제들을 일소하는 문제" 등을 언급했다.

김정은은 그러면서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 교양을 잘하는 문제"를 강조했다. "어머니들은 사회주의 대가정을 꿋꿋이 지켜내는 원동력"이라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 합계 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올해 1.8명이다. 지난해 유엔 통계 기준으로 1.9명이었던 것에서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올해 인구는 2616만명으로 2034년부터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한국의 경우 현재 합계 출산율 0.7명으로 기존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2.1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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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딸 김주애가 만지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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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안정 직결 '위기감'



한국의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지만 농업 등 노동 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북한 사회의 경우 저출산이 곧 체제 안정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또 이날 여성에게 출산뿐 아니라 '비사회주의 일소'를 당부했는데, 젊은 세대가 감소하는 데다 이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상적 일탈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언급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어머니 대회는 사회주의 체제 안정 도모, 저출산 문제 해결, 미래 세대 양성, 후계 세습 분위기 조성을 위한 사회 개조 등 다목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자녀 교양과 관련한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해 비사회주의 외부 문화 유입, 특히 한류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어머니, 즉 여성을 띄우는 김정은의 행보가 최근 그가 각종 국가 중대사에서 전면에 앞세우는 딸 김주애와 연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계 구도를 구축하기 위해서, 혹은 적어도 김주애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북한 사회 전반에서 여성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 KBS에 출연해 "(이제) 김주애가 후계자라고 생각을 하고 검증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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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육아 정책을 선전하며 공개한 사진.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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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으면 국가가 키운다" 선전전



북한은 최근 관영 매체를 통해 눈에 띄게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연일 "세쌍둥이를 낳은 산모들은 보약을 써가며 건강 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보장받고 아기들은 국가가 의무적으로 키워준다"(지난달 21일), "각급 당 조직들에서는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우는 어머니들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도와줘야 한다"(지난달 16일) 등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의 국회 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자녀를 많이 낳은 여성을 표창한다는 정령을 발표했고, 실제 노력 영웅 칭호를 수여하거나 훈장을 줬다. 출산도 당에 대한 공로로 인정하는 셈이다.

지난 1월에는 노동신문이 한국의 주택법에 해당하는 '살림집법'에 대해 "세쌍둥이 세대와 자식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우는 세대 같은 대상에게 살림집을 우선적으로 배정한다"고 보도해 다자녀 가구 혜택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2월에는 육아법을 제정해 영양식품 무상 공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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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딴판…일하다 유산도



다만 '모성 보호'와 관련한 북한 내 실상은 당국이 선전하는 것과는 딴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열악한 여성 인권 또한 북한 내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북한은 1990년대 대기근 사태인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 배급 체계가 무너지면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었다. 이후 장마당에서 돈벌이하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주체가 대부분 여성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통일부가 탈북민 증언을 근거로 지난 3월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는 함경남도 함흥시의 기계공장에서 임신 9개월 차 만삭의 몸으로 일하다 쓰러져 병원에 갔다가 유산한 여성, 함경북도 온성군의 한 농장에서 임신 5개월 차에도 휴가를 쓰지 못해 계속 일하다 쓰러져 유산한 여성의 실제 사례가 담겼다.

통일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은 사회보장법 등을 통해 산전·산후 휴가 보장, 다자녀 어머니의 노동 시간 단축 등 모성 보호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출산 전후 기간 휴가나 보조금을 규정대로 지급 받지 못했다는 사례들이 수집됐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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