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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 (일)

캐나다 유학 간 '홍콩 뮬란' 사실상 망명 선언 "안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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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운동의 주역 아그네스 차우(周庭·저우팅)가 27세 생일을 맞은 지난 3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현재 캐나다 토론토의 한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은지 3개월 됐으며, 앞으로 홍콩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망명선언이다.

AFP통신과 BBC에 따르면 이날 차우는 "더는 아무것도 강요받고 싶지 않고, 중국 본토로 강제로 가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당초에는 이달 말 홍콩에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홍콩의 상황, 개인적인 안전, 신체·정신적 건강을 고려한 후 이렇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간 압박감에 시달려 왔으며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정서적인 질병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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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운동의 주역 아그네스 차우(가운데)가 27세 생일을 맞은 지난 3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서 유학 중이며, 앞으로 홍콩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차우가 공개 발언을 한 것은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차우는 고등학생 때부터 홍콩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특히 2019년 6월 약 100만명이 참여했던 대규모 민주화 시위 등에서 리더 역할을 했다. 2020년 불법 집회 선동죄를 적용 받아 조슈아 웡 등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징역 10개월형을 선고받았던 차우는 약 7개월만인 이듬해 6월 석방됐다. 교도통신은 차우가 수감 기간 근신한 덕분에 형량이 줄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출소 뒤에도 홍콩 경찰이 정기적으로 차우에게 출두를 요구하는 등 정치적 발언이나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차우는 정치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 등을 조건으로 여권을 되찾아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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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차우(가운데)는 2020년 BBC 선정 100대 여성에 포함되기도 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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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당국 '참회서' 제출요구도



캐나다 유학 전, 그는 과거 정치활동에 대한 후회, 앞으로 다시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 등을 담은 '참회서'를 홍콩의 반정부운동을 단속하는 국가안보담당자에게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지난 7월초, 홍콩 경찰은 그에게 중국 본토에 있는 도시 선전에 여행을 한 번만 가는 조건으로 여권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차우는 이에 동의했고, 경찰관 5명이 동행하는 형태로 지난 8월 중순 선전에서 열린 애국주의 전시회를 관람했다.

여행을 돌아와서 그는 "위대한 중국의 발전을 이해했다"는 취지의 문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동행한 경찰 5명이 여행 내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SNS에 밝혔다.

그는 "캐나다로 유학 올 때, 홍콩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왔지만 돌아갈 경우 경찰이 내가 이동하는데 또 다른 조건을 내걸까 두려워 캐나다에 머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이날 성명에서 차우의 행동이 무책임하고 공개적으로 법치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차우에 관한 질의를 받고 "홍콩에서 누구도 초법적 특권을 누리지 않으며 모든 범죄 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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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운동가 아그네스 차우(왼쪽)와 영화 '뮬란'의 주연배우 유역비(오른쪽)를 비교하는 사진이 SNS를 달궜다. SNS에서는 차우가 진짜 뮬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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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는 가족과 나라를 위해 싸운 중국 전설의 여주인공 뮬란의 현실판이라는 뜻에서 '진짜 뮬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0년 BBC 선정 100대 여성에 포함되기도 했다.

홍콩 당국은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폐지를 요구하며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민주화운동으로 확대하자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왔으며, 특히 2020년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단속이 정점을 이뤘다고 BBC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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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차우는 어릴 적 부모의 신청으로 영국 국적을 갖고 있었으나 홍콩 입법회 선거 출마를 위해 2017년 영국 국적을 포기했다. AP=뉴시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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