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7명대, 위기의 한국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1이던 2021년 1월 21일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어린이집 신발장.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로 더 떨어졌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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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파른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2050년대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진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두고 해외에선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유럽의 상황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가 쓴 ‘한국은 사라지고 있나’라는 칼럼에서다.
“부양 부담에 젊은층 이민 늘어날 가능성”
다우서트는 칼럼에서 북한이 남침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불가피한 노인 세대의 방치, 광활한 유령도시와 황폐화된 고층빌딩,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이 유능한 야전군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한다면 합계출산율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에선가 남침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
실제 한국군은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상비병력을 2017년 61만8000명에서 2022년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육군 군단은 8개에서 6개로, 사단은 39개에서 33개로 축소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해 오고 있다. 20세 남성 인구가 2021년 29만 명, 2035년 23만 명, 2040년 13만 명 순으로 급감할 것이란 추계가 반영됐다. 현재까지 2·20·26·30사단이 해체됐으며 지난해 말에는 ‘이기자 부대’로 알려진 강원도 화천 27사단이, 올해는 동해안 지역 방위를 책임진 강원도 양양군 8군단이 해체됐다.
한국은행의 경고도 심각하다. 한은은 3일 ‘경제전망보고서’ 중장기 심층연구를 통해 한국이 저출산·고령화에 정책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2050년대 0% 이하 성장세일 확률이 68%, 2070년 인구 수가 4000만 명 이하일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박경민 기자 |
2021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217개 국가·지역 중에서도 홍콩(0.77명)을 제외하면 세계 꼴찌인 데다 인구 1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유일하게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21년째 초저출산(1.3명 미만)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출산율 하락 속도도 매우 가파르다. 한국의 1960∼2021년 합계출산율 감소율(86.4%, 5.95→0.81명)은 217개 국가·지역 중 1위다.
이 같은 저출산의 주된 원인은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전국 25~39세 미혼·무자녀 기혼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경쟁 압력이 높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희망 자녀 수가 0.14명(16.1%)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인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수치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또 주거·교육·의료비 관련 각 질문을 먼저 던져 비용 부담을 연상시킨 그룹은 전체 미혼자 평균보다 결혼 의향이 낮고 희망 자녀 수도 적었다. 고용 상태별로는 비정규직(36.6%)이 비취업자(38.4%)보다도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혼 등 다양한 가정 형태 수용 필요”
박경민 기자 |
한은은 OECD 35개국(2000∼2021년) 패널 모형 분석을 바탕으로 고용·주거·양육 등 출산 여건을 개선하면 출산율을 0.845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먼저 청년층(15~39세) 고용률(58%)과 가족 관련 정부지출(국내총생산 대비 1.4%)을 OECD 평균(66.6%, 2.2%) 수준으로 높일 경우 각각 출산율을 0.119명, 0.055명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실이용 기간(10.3주)을 OECD 34개국 평균(61.4주) 수준으로 높이면 출산율이 0.096명 높아진다. 현재 한국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52주로 OECD 평균(65.4주)에 근접하지만 실제 사용률은 19.8%로 평균(88.4%)에 훨씬 못 미친다. 또한 실질주택가격지수(104)를 2015년 수준(100)으로 낮춘다면 출산율을 0.002명 상승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부모 및 정상가정(법률혼) 중심의 지원체계에서 ‘아이 중심의 지원체계’로 전환하는 한편, 다양한 가정 형태에 대한 제도적 수용성을 높여가야 한다”며 “정부가 최근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2년 이내 임신·출산한 사실을 증명하면 특별공급(특공) 자격을 부여하는 이른바 ‘신생아 특공’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아이를 중심으로 한 지원제도의 좋은 사례”라고 짚었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이번 분석 기간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 고용과 주거 여건이 과거보다 악화했다. 청년층 비정규직 비중이 늘면서 고용의 질이 안 좋아졌고, 주택 가격도 코로나19 이후 급등했다”며 “청년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노동시장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구조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약화 문제를 완화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이우림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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