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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황순민의 더 인플루언서]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화장을 할까' … 제 일상이 아이디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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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갑자기 찾아온 시각장애를 받아들이고 앵커로 데뷔한 인플루언서가 있다. '우령의 유디오' 채널을 운영하는 허우령 씨(25)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한 그는 잔잔한 일상 브이로그와 시각장애인 관련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요즘 그가 올리는 영상들은 많은 이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다. 그가 담담하게 올린 '시각장애인이 될 줄 그땐 몰랐어요' 영상은 조회 수 400만회를 돌파했다. 꾸준하게 만들어온 그의 공간은 14만명의 단단한 팬덤을 보유한 채널로 성장했다.

허우령 씨는 후천적 요인으로 시각장애인이 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오른쪽 눈에 시력 저하가 찾아왔고, 중학교 입학 전에는 왼쪽 눈까지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그는 "계속 원인을 찾는 데만 얽매여 있다면 실명했던 열네 살에 머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방송 아나운서라는 꿈은 그를 단단하게 했다.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는 이제 다른 이들의 행복이 됐다. 그는 올해 꿈을 이뤘다. 허씨는 KBS 뉴스 장애인 앵커로 합격해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우령 님은 어떤 분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우령의 유디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시각장애를 가진 크리에이터이자 KBS 7기 장애인 앵커로 선발돼 활동하고 있는 아나운서 허우령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저의 꿈은 아나운서였어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 제안으로 우연히 방송부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시력이 나빠서 글자를 못 읽고, 그때는 점자도 못 읽었는데 '내가 어떻게 대본을 읽으면서 방송부 활동을 하지' 했죠. 외워서 하다 보니까 됐어요. 선생님들과 같은 반 친구들이 너무 잘한다고 해주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내가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이후 고등학교 때까지 방송부 활동을 했고, 대학교도 미디어 학부로 진학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고민을 계속했죠. 그때 마침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알게 됐고,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를 하면서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시작하게 됐죠. 유튜브는 시각적인 플랫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이로그까지 하게 됐고 지금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하게 됐어요.

―주로 어떤 콘텐츠를 올리나요.

▷예전에는 촬영이나 편집도 스스로 하는 건 시각적 제약 때문에 자유롭지 않았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비시각장애인 친구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편집자님과 PD님이 계셔서 훨씬 더 영역이 넓어졌어요. 예전에는 집에서 정적인 콘텐츠를 많이 했다면, 지금은 저의 세상이 더 넓어지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 콘텐츠도 많이 찍어보려고 하고, 새로운 도전도 많이 보여주려고 해요. 물론 제 일상이 중심이기 때문에 저와 함께하는 안내견 하얀이와의 하루, 화장하기 등 소소한 콘텐츠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테일한 콘텐츠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혼자 촬영하고 편집하기가 어려운지라 일단 파트너들을 만나서 함께 전체적인 구성안을 짜고 스크립트를 적은 후 촬영에 들어가요. 편집 전에는 제가 구체적인 피드백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몇 분 몇 초는 자르고, 몇 분 몇 초는 자막을 이렇게 써주세요, 이런 틀을 드리면 거기에 맞춰 편집을 해주세요. 가끔은 제가 직접 촬영하기도 해요. 각도나 초점이 안 맞을 때도 있지만 그게 정말 자연스러운 저를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을까요.

▷라디오 콘텐츠 중에서 제가 시각장애인이 된 이야기를 한 영상이 있어요. 조회 수도 제일 많고, 많은 분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이런 일이 있었지만 극복하고 잘 살고 있구나, 이런 의견을 많이 주셨어요. 앞서 얘기한 화장하기 콘텐츠나 월경에 대한 이야기처럼 시각장애인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도 기억에 남아요. 많은 분이 몰랐던 부분을 알려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당연히 하얀이와 함께하는 영상도요.

―채널에 소외계층에 대해 시사점을 주는 콘텐츠가 많이 보여요.

▷기존 미디어에서는 아직까지 장애에 대한 다큐멘터리, 뉴스, 교양 프로그램 같은 콘텐츠가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유튜브에서 활동하면서 제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건 힘들고, 또 어떤 건 내가 잘한다, 이렇게 솔직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걸 많이 봐주시니까요. 또 저는 안내견 하얀이와 함께하고 있는데 안내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도 많고 불쌍하다는 인식도 아직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인식을 계속 바꿔 나가고 싶어요.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얻나요.

▷주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제 경험을 콘텐츠화합니다. 많은 분이 봐주신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화장을 할까?' 영상이 생각나는데요. 이제 저도 대학생이 되고 좀 꾸미고 싶은 마음에서 화장을 시작했는데, 이런 영상이 많은 분에게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되는 것 같아요. 상황극 콘텐츠도 많이 하는데요. 특히 쇼츠로 재밌고 유쾌하게,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다루고 있어요. 긴 영상에서는 진지한 이야기도 하고 감성적인 내용도 있고요. 쇼츠와 긴 영상이 전달할 수 있는 게 다른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 장애인 앵커로 선발된 만큼 앵커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유튜브에서도 아나운서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보려고요. 장기적으로는 세계 여행 콘텐츠? 세계로도 나가서 놀아야죠.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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