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뉴시스] 김금보 기자 = 경기도 안양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2023.0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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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가 2050년대 0% 이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세대 내 불평등 수준이 높은 고령층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반의 불평등도도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나라별 비교가 가능한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최저 수준이다.
세계은행에서 통계를 집계하고 있는 전세계 217개 국가 및 지역(특별행정구, 자치구 등)을 통틀어 보더라도 우리나라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곳은 홍콩(0.77명)이 유일하다. 인구 1000만명 이상인 곳으로 한정하면 우리나라가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이다.
나아가 한국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낮아졌다. 올해 들어서도 악화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명 감소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이러한 저출산·고령화를 방치할 경우 '성장'과 '분배' 양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게 한은의 우려다.
한은이 향후 출산율 흐름에 따라 추세적인 성장률이 어떻게 변화할지 중첩세대모형으로 시산한 결과 저출산·고령화에 효과적 대응이 없다면 우리나라가 2050년대 0% 이하 성장세를 보일 확률이 6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60년 이후에는 이 확률이 80.1%까지 높아졌다.
분배 측면에서도 세대 내 불평등 수준이 높은 고령층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반의 불평등도가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우리나라 출산율이 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산부인과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23.2.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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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2006년 이후 정부의 여러 정책적 노력에도 출산율이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은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초저출산의 원인을 설문·분석했다. 그 결과 청년들이 느끼는 초저출산의 원인은 '높은 경쟁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등 각종 '불안'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비정규직이 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향한 취업 경쟁이 과거보다 심화하면서 우리나라의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느끼는 생활비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다른 나라 MZ세대에 비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경쟁압력 체감도가 높을 청년일수록 희망자녀수는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다.
또 취업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비정규직일수록 결혼 의향이 낮았다. 국가별로 비교해보면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이 짧은수록 출산율이 낮게 조사됐다.
이 때문에 고용·주거·양육 측면의 불안과 경쟁압력을 낮추기 위한 지원 및 그 근저에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이 OECD 35개국 패널자료를 이용해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실효성 있는 구조정책이 추진돼 우리나라의 고용·주거·양육 여건이 개선되면 출산율이 일정 부분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성장회계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2명 높아지면 2040년대 잠재성장률을 0.1%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현재 OECD 대비 크게 낮은 가족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해 양육에 대한 부담과 불안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이 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이용률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변화하는 가치관에 맞춰 현재 부모 및 법률혼 중심의 '정상가정'을 전제로 하는 지원체계에서 '아이 중심의 지원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기 시계에서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에 노동인력, 산업구조, 연금, 재정 등이 소프트랜딩 할 수 있도록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노동인력 측면에선 여성, 외국인, 고령층, 로봇을 활용해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고 신성장 고부가가치 산업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며 "연금·재정은 지속가능성을 재점검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속히 구조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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