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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 (토)

'이성 잃은 쇼핑 좀비', 새 옷을 끊다[지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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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패션 산업의 해악, 극복 비결 담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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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홍대 구제숍 10곳 탐방기, 김포 창고형 구제숍 방문기 기억하십니까?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저는 반성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날이 추워지니 옷장에 없는 두께감과 색깔의 외투류가 새로 필요해져서 몇 벌을 샀기 때문입니다. 새 옷을 사기 전 구제숍도 들러봤지만 외투류는 아무래도 새 옷이어야 마음에 찼습니다.

물론 그것은 구제숍이 아니라 저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패션 센스가 모자라서, 수많은 구제옷들 중에서 예쁘고 좋은 옷을 골라내지 못하는 까막눈이라서 말입니다. 구제샵에서 기껏 ‘득템’했다고 사 왔는데 손이 안 가는 옷도 생겼고 말입니다. 이래저래 허탈해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이소연 작가님이 펴낸,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입니다.

5년째 새 옷을 안 사는 비결
이 작가님은 원래 맥시멀리스트에다 화려한 패션이 취향이셨다고 합니다. '이성을 잃은 쇼핑좀비'였다고 스스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1.5달러짜리 오리털 패딩점퍼를 보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귀가 후 폭풍 검색을 통해 패션 업계와 시장의 해악을 접하게 됐습니다. '화려해 보이던 내 날개가 가짜라는 걸 깨달았던 순간' 이후, 작가님은 5년째 새 옷을 안 사는 중이라고 합니다.

지구용사님들이라면 어떤 해악인지 잘 아실 겁니다. 책의 내용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영국 쇼핑몰 아소스는 매주 5000종 이상 신제품 출시

▲중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은 하루에만 6000종 제작

▲2020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옷은 매년 5600만톤' '매년 버려지는 섬유 쓰레기는 9200만톤(=초당 쓰레기트럭 한 대 분량)

▲패션 산업에서 섬유를 만들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만 1만5000여 종

▲매립지에 옷이 묻혀 썩는 동안 자동차 730만대가 도로를 지날 때와 맞먹는 가스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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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산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가 지구를 괴롭히는 셈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화학섬유와 반대편에 서 있다고 믿었던 면 섬유조차 환경을 망가뜨립니다. 목화를 재배하느라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10%, 살충제 사용량의 25%가 쓰인다고 합니다. "목화는 식품법이 아닌 섬유법에 따라 관리되기 때문에 식용 작물보다 농약과 살충제를 더 많이 사용해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65쪽)"고 합니다. 그 농약과 살충제가 농부들과 인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따로 적지 않아도 짐작이 되실 겁니다.

게다가 패스트패션 기업들의 개발도상국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 환경은 어떨까요.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사는 순간, 노동자 착취를 거드는 것과 다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유행의 희생자'가 아닌, 진짜 행복한 사람

작가님은 자꾸 새 옷을 사는 우리들의 정신적인 허기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자꾸 부추김을 받고, 내 가방보다 비싼 가방이 지나가면 왠지 위축되고,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환상"인 광고 이미지에 자꾸 혹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말입니다.

그렇게 작가님은 새 옷을 사지 않는, 구제샵이나 가족·지인들의 나눔으로만 옷장을 꾸려가는 강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개인적인 에세이가 아니라 패션 산업의 문제점을 두루 짚는 사회과학 서적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작가님의 경험이 담겨 있어 금방금방 페이지가 넘어가는 편입니다. 특히 패션 업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신상품을 쏟아내는지, 서로서로 베끼는 이유가 뭔지 등을 현직 디자이너 분들 인터뷰로 담아내셨습니다. '카더라'로 들은 이야기가 진짜였구나 싶었고 흥미로우면서도 경악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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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급변하는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자유'라기보다 내게 '강요'된 선택에 가까웠다(94쪽)"고 적은 이유가 궁금하다면, '유행의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일독을 추천드립니다.

모두가 작가님처럼 새 옷을 끊을 수는 없겠지만 덜 사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도 책의 뒷부분에 정리돼 있습니다. 작가님이 직접 수 년간 쌓은 경험에서 나온 팁이라 아주 실용적이고 구체적입니다. 친구가 더이상 입지 않는 옷을 선물해줬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 1~3구역으로 나눠 수납함으로써 안 입는 옷이 생겨나는 걸 막는 정리법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에디터는 무슨 옷을 갖고 있는지부터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매일같이 입을 옷이 없는 동시에 최근 1, 2년 동안 한 번도 안 입은 옷이 수두룩하고, 옷을 사왔는데 알고보니 비슷한 옷이 이미 옷장에 있는 경우도 적잖았기 때문입니다. 독자님도 자신만의 정리법, 옷 소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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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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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팀지구용 기자 use4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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