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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철회·재발의 거듭한 '이동관 탄핵안', 폐기로 종결…여야,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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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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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밝힌 후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2023.12.01.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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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추진한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자진 사퇴했다. 이로써 지난달 9일 민주당이 최초로 당론 발의한 뒤 철회와 재발의를 거듭했던 이 위원장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방통위원장이 공석이 됨에 따라 당분간 방통위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후임자 인선에 서두른다면 탄핵안이 가결되는 경우보다는 공백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 3주간 이 위원장 탄핵안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다. 목표는 서로 달랐다. 국민의힘은 방통위의 장기간 기능 정지 사태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탄핵 사유를 나열했지만, 결국 총선을 앞두고 언론환경을 더 유리하게 하려는 싸움이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9일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자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추진하려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포기하는 강수를 뒀다.

필리버스터 포기 방침은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도 직전까지 몰랐던 윤재옥 원내대표의 회심의 카드였다. 민주당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지만 허를 찔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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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상정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박2일 철야농성을 진행한다. 2023.11.30.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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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사국이 10일 전날 본회의에 보고된 이 위원장 탄핵안은 '의제'가 아니므로 일사부재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전세는 뒤바뀌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안을 철회했고 국민의힘은 권한쟁의 심판과 이번 정기국회 내 동일한 내용의 탄핵안이 상정돼선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결국 같은 달 30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단독 추진한 이 위원장 탄핵안이 보고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막기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실 앞 연좌농성을 펼쳤으나 역부족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30일 밤 9시부터 1일까지 국회 본청 로텐더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며 여론전을 이어갔다.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1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이 가시화되자 결국 이 위원장은 자진 사퇴 결단을 내렸다. 이는 당정간 사전에 예정한 수순이었다는 게 당 안팎의 해석이다.

소수여당인 국민의힘은 애초에 이 위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안 추진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사 저항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수 의석에 기댄 민주당의 탄핵 추진의 부당성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이 위원장의 경우 임명 단계에서부터 아들 학교폭력 문제 등으로 논란이 일어 거대야당의 '의회 폭거'가 충분히 부각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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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과방위 및 언론자유특위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방송법 거부권 및 이동관 방통위원장 사의 표명'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01.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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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던 여야간 승자는 누굴까.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이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면직안을 재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런 꼼수를 쓸 줄은 몰랐다"고 했다.

자신들이 두 번이나 탄핵안을 발의한 대상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데 이를 만류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애초에 민주당의 노림수는 이 위원장의 사퇴가 아닌 방통위의 장기간 기능 정지였음이 드러난 순간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 탄핵안에 대한 결론은 내년 총선 전에 나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여당으로선 이동관 위원장이 사퇴한 후임자를 임명해 역할하도록 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기를 쓰고 방통위 발목을 묶으려 했는데 목표한 수준까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만큼 양당 모두 선거를 앞두고 언론환경이 중요하다고 본 게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추진은 일단락됐지만 추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또 다시 중대한 결정을 한다면 제2의 이동관, 제3의 이동관도 다 탄핵시키겠다"며 "제대로 된 위원장을 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총선이 4개월여 남은 가운데 방통위를 놓고 여야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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