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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탄핵표결 당일 깜짝 사퇴 … 식물 방통위 막으려는 尹 고육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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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정국돌파 승부수 ◆

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탄핵소추는 불발됐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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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한 것은 방통위 업무가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기 직전에 사표를 수리할 경우 야당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방통위는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면서 야당을 자극하는 일은 가능한 한 피해온 윤 대통령이지만 국가 기능 마비까지 묵과할 수는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부터 상당한 신뢰를 보냈던 이 위원장 사의를 읍참마속하는 심정으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야당이 국회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고, 탄핵소추권을 쥐고 흔들며 압박을 강화하는데 언제까지 끌려다닐 수만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취임한 지 95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방통위 파행 운영은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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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사퇴한 뒤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부과천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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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점수를 조작한 사태로 인해 압수수색과 함께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이 사태로 지난 5월 결국 면직됐고, 이때까지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거나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었다. 한 전 위원장이 면직된 뒤 당시 상임위원이었던 김효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방통위를 이끌었다. 여권 추천의 이상인 현 부위원장과 야권 추천의 김현 전 상임위원까지 3인 체제였다.

이후 야당 반대 속에서 지난 8월 말 이 위원장이 취임했고, 김효재·김현 전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방통위는 다시 2인 체제가 됐다. 작년 10월 이후 내내 정상적인 5인 체제로 가동되지 못한 것이다.

방통위 정상화를 위해 여당 몫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야당 몫에는 최민희·김성수 전 의원이 거론됐으나 야당이 추천한 최 전 의원에 대한 임명이 지연되면서 방통위는 최근까지 여권 위원 2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만약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되면 방통위는 1인 체제가 돼 연말 주요 지상파 재허가 심사, 내년 상반기 종편 채널A와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YTN 재승인 심사 등이 모두 스톱될 가능성이 높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윤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면 안 된다. 탄핵 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압박했지만 윤 대통령이 즉각 면직안을 재가하면서 결국 물거품이 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은 정부로부터 방통위원장에서 면직됐다는 공문이 제출돼 의사 일정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사퇴에 대해 "탄핵을 회피하고 끝까지 방송 장악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온갖 불법을 저질러 놓고 탄핵안이 발의되자 이제 와서 뺑소니를 치겠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 위원장 사의를 수리하면 범죄 혐의자를 도피시켜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뺑소니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꼼수를 쓸 줄은 몰랐다"며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좀 비정상적인 국정 수행 행태라서 예상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이런 비정상적 행태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 책임을 묻고 또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후임이 오더라도 똑같이 탄핵시키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은 "방통위를 무력화하고자 한 민주당의 '나쁜 탄핵'으로부터 방통위를 지키고자 이 위원장이 직을 던지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제윤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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