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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6 (월)

조국 가족, 책 써서 수억 벌었다는데…그들에겐 전화위복의 기회일까 [필동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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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자녀 입시비리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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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만은 형제 소설가로 유명하다. 대표작 ‘마의 산’과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로 1929년 노벨상을 받았고, 이후 나치를 피해 미국과 스위스에서 살았다. 그의 네 살 위 형인 하인리히 만은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운라트 교수’로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가치관이 달라 일명 ‘형제 논쟁’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인리히는 자본주의 부패와 사회적 불평등을 비판하며 사회주의에 심취한 반면 토마스는 미학적인 감성을 추구했다. 토마스는 작가 초기에 독일 제국의 빌헬름 황제를 옹호하고 1차 대전 참전을 지지하며 형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토마스 만의 자녀 6명 중 3명도 작가로 활동했다.

서양에서 대표적인 ‘작가 가족’은 19세기 영국의 브론테 집안이다.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앤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는 지금도 명작으로 꼽힌다. 제인 에어는 당시 얌전하고 조용한 여성상 대신 당당한 여자 주인공 모습을 그려내 반향을 일으켰다. 세 자매는 요크셔 마을에서 함께 뛰놀고 얘기를 나누면서 창작열을 불태웠다. 최근엔 ‘개미’ ‘고양이’ ‘파피용’ 등을 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들 조나탕 베르베르가 소설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한강 집안이 대표적이다. 한강은 제주 4·3사건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수상했는데 외국문학상은 앞서 밀란 쿤데라,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무크 등 세계 거장들이 받았다. 한강 부친은 한승원 씨로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을 썼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강이는 진작 나를 뛰어넘었다”며 “아버지를 이기는 승어부(勝於父)가 가장 큰 효도”라고 말했다. 한강 오빠인 한동림과 동생 한강인도 소설가이고, 홍용희 문학평론가가 그녀 남편이다. 이밖에 고(故) 박완서 선생의 맏딸 호원숙도 대를 이어 작가로 활동중이다.

얼마 전 조국 전 법무장관 집안이 ‘책 쓰는 가족’이 됐다.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옥중 생활을 담은 에세이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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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양대 교수가 오는 27일 옥중 생활을 기록한 에세이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를 선보인다고 26일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 밝혔다. 사진은 정경심 에세이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책 표지 이미지.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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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남편이 쓴 ‘디케의 눈물’, 딸 조민의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모두 에세이였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 분야를 개척한 작가 가족인 셈이다. 지난 9월 가석방된 정 전 교수는 구치소 독방에서 3년 2개월을 보내면서 느낀 감정들을 담았다. 하지만 대학 표창장 위조나 입시 비리에 대한 범행 인정이나 사과는 없다고 한다.

다른 범죄자들의 수많은 ‘옥중 수기’처럼 그녀 역시 수감 생활을 반성하기보다는 본인이 처한 현실을 포장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듯 싶다. 조국 전 장관은 “검찰 조사로 집안이 풍비박산났다”고 한탄했지만 그로 인해 ‘책 쓰는 가족’이 된 것에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겠다. 이들 가족이 책 인세로 수억 원을 벌었다고 하니 누군가 인기 전업 작가로 데뷔한다면 ‘새옹지마’이자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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