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만희 사무총장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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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대표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이란 평가를 받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가면서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당내에서는 총선 전략 부재, 희생 없는 물갈이론에 대한 비판 등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출범 시점까지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공관위원장직 요구를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절한 상태다. 혁신위가 오는 4일까지 답변을 요구한 지도부·중진·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불출마·험지출마 안건도 최고위원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처럼 마지막 제안마저 무산되면서 혁신위는 동력을 잃은 셈이 됐다.
문제는 혁신위를 출범시킨 이유였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이 다시 지도부로 향한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는 보궐선거 패배 원인 분석에 따른 대책이 하나도 나온 게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1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당내에 수도권 선거 대책이 정말 없다”며 “수도권 선거를 보는 시각도 엉망이고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 준비도 하나도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의 실패는 김기현 대표 체제의 실패를 얘기하는 것이다. 혁신을 안 받았기 때문”이라며 “인요한 혁신위가 물러서면 김기현 지도부도 물러나라고 하는 목소리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를 두고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예측에 실패한 것과 너무 똑같다며 당의 전략과 리더십이 부재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엑스포와 강서구청장 선거가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길 수 있다고 희망고문을 해놨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렇게 차이 나지 않았나. 이대로면 총선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거 물갈이가 예상되는 영남권도 언짢음을 애써 감추는 모양새다. 김 대표 본인조차 혁신위의 불출마 압박에 답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영남권 물갈이론의 배경이 된 당무감사 결과를 거론하며 “상당히 불만을 가질 국회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공관위를 조기 출범하려는 것도 사실상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공관위 조기 출범은) 김기현 대표 현 지도부 체제와 관계가 있다”며 “혁신위가 거의 역할을 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관위로 국면을 좀 전환시켜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관건은 오는 14일까지 김 대표가 비대위론을 일축할 비전을 보여주느냐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비대위는) 일각에서 자꾸 김기현 체제로 총선 가능하냐 이런 지적하면서 나온 얘기인데 지금 12월이고 총선이 4월인데 비대위를 얘기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며 “물리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언제 공관위를 또 구성하고 언제 선대위를 또 구성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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