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일 ‘주요국 물가 상황 비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둔화돼 왔으나, 농산물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10월 상승률은 미국과 유로지역에 비해 높아졌다”며 “11월에는 다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11월 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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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폭우·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하반기 물가상승률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농축수산물은 소비자물가지수(CPI)내 가중치가 높을 뿐 아니라, 가격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크다”며 “우리나라의 농축수산물가격이 상승하지 않았을 경우 소비자물가의 3개월 상승률은 여타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변동 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선진국에서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3%초반대를 기록 중인 우리나라도 최근 다소 더딘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10월 기준 4%대인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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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예상보다 강한 경제 성장세와 임금 상승 압력이 높은 노동시장 등의 요인으로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 유로지역은 공급충격의 이차효과가 지속되고, 높은 임금상승률 등으로 인해 서비스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근원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을 제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가격 상승 압력이 누적된 영향으로 상품가격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은 “팬데믹‧전쟁 등으로 비용압력이 누증됐던 데다, 올해 중반 이후 추가적인 공급충격이 크게 나타나면서 향후 디스인플레이션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유가·환율·농산물가격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을 계기로 최근 주류, 여행·숙박 등 일부 품목에서 가격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물건의 양이나 품질을 낮춰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나 스킴플레이션(skimflation)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폭 제한, 유류세 인하 등과 같은 정부의 정책지원도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공요금의 경우 인상폭을 제한해 왔으나 오히려 파급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주요국에 비해 인상폭이 제한되면서 지난해 소비자물가 급등을 완화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인상 시기가 연기되며 영향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될 경우에도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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