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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분열의 중심, 이준석과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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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4개월 앞, 여야 전직 당대표가 그 중심

이준석 탈당 가능성 매일 1%씩 올라가는 중

비대위·재창당 수준 혁신 없인 결별 불가피

이낙연 이재명 직격, 안철수의 文 공격 떠올라

‘통합 비대위’ 안 되면 야권도 그때처럼 분열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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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앞둔 12월은 정치권의 분열과 통합의 시간이다. 오래 분열했던 민주당은 2012년 총선을 앞둔 2011년 12월 문재인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포함된 ‘혁신과 통합’이 만든 시민통합당과 합쳤다. 2016년 총선을 앞둔 2015년 12월 안철수 탈당으로 민주당은 다시 갈라졌다. 2019년 12월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탈당했던 유승민이 돌아가 자유한국당과 합쳐 만든 ‘미래통합당’ 출범 전야였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12월 양당 모두 다시 분열의 시간이 오고 있다.

예상되는 4월 총선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①2012·2020년 같은 양자 구도 ②2016년 같은 3자 구도 ③1996년 같은 4자 구도다. 현 시점에는 ①20% ②40% ③40% 정도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신당’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민주당은 조응천·김종민·이원욱·윤영찬의 ‘원칙과 상식’이 이재명 대표를 향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가 포문을 열고 참전했다.

먼저 국민의힘. 지난달 이 지면에서 이렇게 썼다. “이준석과 관련하여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①결별 ②굴복 ③타협. ①은 쉬운 선택이지만 이 시나리오의 약점은 ‘총선 패배’ 두려움이다. (...) ②는 길을 잃은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에게 사과하고, 당대표를 내쫓는 데 앞장선 핵심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 ③은 타협책이다. 인요한 혁신위의 ‘징계 철회’가 출발점이다. 공천은 당연히 보장될 것이다. (...) 어느 쪽이든 ‘미션 임파서블’이다.” 한 달 동안 인요한 혁신위가 ‘혁신할 시간’을 낭비한 사이 결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준석 탈당 가능성은 하루에 1%포인트씩 올라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①'이준석 신당’ ②국민의힘 잔류 ③제3 지대 정당 합류. 현 시점에 ①50% ③30% ③20% 정도로 보인다. 12월까지 김기현 체제가 유지된다면 이준석 탈당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다. 김기현 체제가 붕괴하고 비대위로 전환한다면 탈당 가능성은 30%까지 떨어질 것이다. 만약 원희룡·한동훈·오세훈·이준석이 경쟁하는 ‘신당’으로 재창당한다면 탈당하지 않을 것이다. 탈당 명분과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다음 민주당. 이재명 대표 영장이 기각된 이후 ‘친명’ 중심의 구심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구심력이 강해지면 원심력도 강해진다.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면 그 물체는 원운동을 하지만 균형이 깨지는 순간 튕겨 나간다.

“민주당의 무너진 원칙을 되살리고 국민이 요구하는 상식의 정치를 세우겠다”며 출범한 ‘원칙과 상식’은 ‘팬덤 정당’ ‘방탄 정당’ ’패권 정당’과 전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원칙과 상식’은 당내 패권주의 대신 정당 민주주의를, 내로남불과 온정주의 대신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팬덤 정치 대신 당심과 민심의 조화를 추구한다”며 “대표 개인의 사법 방어에 당을 동원하는 방탄 정당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당도 강성 지지층 당도 아니다. 친명 일색의 지도부, 강성 지지층, 외부 유튜브 언론이 지배하는 획일적 목소리로는 국민의 민주당으로 갈 수 없다. 강성 팬덤 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선택지도 세 가지다. ①민주당 잔류 ②독자 신당 창당 ③제3 지대 정당 합류. 현 시점에 ①40% ②40% ③20% 정도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통합 비대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들의 탈당 가능성은 하루에 1%포인트씩 올라갈 것이다. 이들의 민주당 이탈이 ‘탈당’이라면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은 사실상 ‘분당’이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와 민주당 대표를 지냈고, 이재명 대표와 치열한 대선 경선을 치른 이낙연의 탈당은 2015년 안철수 탈당 이후 가장 큰 분열이다.

얼마 전 “전우들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의 발언 취지에 대해 신경민 전 의원은 “지금 제3 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여기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지지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신당 창당에 힘을 실었다.

지난 28일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주최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다. 과거의 민주당은 내부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 체계가 작동해 건강을 회복했으나 지금은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 영향으로 그 면역 체계가 무너졌다. 면역 체계가 무너지면 질병을 막지 못하고 죽어간다.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한다. 참담하다.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질식하고 있다.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는 활동이 미약해졌고 어쩌다 정책을 내놓아도 사법 문제에 가려진다”고 했다. 그는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지고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되는 것은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민주주의가 질식하고 있다”는 직설적 표현은 2015년 9월 문재인 대표를 향한 안철수의 “혁신은 실패했다”는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2012년 대선 경쟁자였고 당대표를 지낸 두 사람의 충돌은 결국 분당으로 이어졌다. 2022년 대선 경쟁자였고 당대표를 지낸 이재명과 이낙연의 충돌도 ‘분당 시즌2′로 귀결될까.

이 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거대 정당 내부 혁신이 시급하지만 양대 정당의 혁신은 실패했거나 실패로 가고 있다.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갈래 모색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당대표를 지낸 이준석과 이낙연이 분열의 중심에 있다. (나갈 테면 나가라는 듯) ‘거절할 수밖에 없는 제안’으로 시간만 끈다면 이들의 신당 창당은 불가피할 것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중 누가 분열의 레일을 달리고 있는 열차를 멈춰 세울 것인가.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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