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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서울의 봄’ 박해준 “주체적인 노태건, 전두광 눈치도 보고 간도 봤다”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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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해준.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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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배우 박해준은 늘 분명하지 않은 포지션을 택해 왔다. 선인지 악인지, 똑똑한지 멍청한지, 정의로운지 불의한 사람인지 명확히 말하기 어렵게 연기했다.

tvN ‘미생’(2014)에선 어느 라인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하는 천과장을, 영화 ‘독전’(2016)에서는 마약 밀매 범죄자지만 어딘가 어리숙한 박선창을, ‘나의 아저씨’(2018)에서는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스님이지만, 한편으로 한 여성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겸덕으로 분했다. 분명하지 않은 인상 덕분에 여운이 더 깊게 남았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에선 반란군 2인자 노태건을 연기했다. 박해준이 줄곧 표현한 애매함이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전두광(황정민 분)의 절친한 친구로 보이지만, 어딘가 한 수 접은 듯한 모호한 관계가 그려졌다. 친구의 말을 잘 따르는 듯하면서도 한 번씩 대거리도 하고, 그러다 또 순순히 말을 잘 듣기도 한다.

애초에 욕심이 깊은 진짜 나쁜 놈인지, 아니면 전두광의 호연지기에 이끌린 우유부단한 부하인지 감을 잡기 어려운 노태건의 얼굴은 박해준의 계산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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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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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제가 맡은 인물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가 재미있다. 강하게 선 그은 것도 아니고, 완전히 뒤처지지도 않은 텐션이 있는데, 그걸 표현하는 맛이 있다. 노태건도 그런 느낌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 전두광 옆 지킨 노태건, “빠져나갈 구멍 만들고 싶었을 것”

‘서울의 봄’에 출연한 배우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부담이 없었냐”다. 마치 나라가 양분된 듯 정치적으로 예민하게 부딪히는 현시점, 12.12 사태를 다룬 ‘서울의 봄’에 선뜻 출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제껏 단 한 번도 소재로 삼은 적 없는 1979년 12월 12일의 이야기다. 캐릭터도 대한민국 정치사에 빠질 수 없는, 전직 대통령이 모티브다.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에 출연한 적도 없고, 선호하지도 않았어요. 부담이 컸죠.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고는 완전히 사라졌어요. 작품이 가진 즐거움만 생각했어요. 제가 이전까지 어떤 역할을 해왔냐 생각해보면, 흥미롭고 도전해볼 역할이었어요. 그거만큼 배우에게 좋은 기회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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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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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건은 전두광의 옆에서 그의 의중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뜻대로 가장 먼저 행동해주는 인물이다. 전두광이 말을 던지면, 노태건이 행동으로 받는다. 두 사람이 앞서 나가자 개인의 영달에 초점을 맞춘 군인들이 뒤따라 움직였다. 그사이 재밌는 포인트가 노태건의 고민이다. 전두광이 말한다고 선뜻 움직여주진 않는다. 고민의 모멘트가 분명 존재한다.

“전두광을 따라가야 할 것 같은데, 따라가면 너무 위험한 일에 빠져들 것 같은 거죠. ‘빠져나올 구멍도 만들어야 하나’ 하며 딴생각을 품기도 해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민이 엿보였으면 했죠. 저는 노태건이 주체적인 인물이라 생각해요. 전두광의 눈치를 보는 것 같지만, 간을 보기도 하거든요. 감독님과 합의한 제 개인적인 비밀이에요.”

◇“저는 기운이 없는 사람, 엄청난 사람들 옆에서 편승했을 뿐”

반란군엔 사람이 많다. 그들이 모인 30경비단엔 당시 별을 단 군인들이 무수히 모여 있었다. 수많은 배우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대사를 던지며, 관객은 마치 그 현장에 들어가 있는 듯 엄청난 기운을 받는다. 배우는 과연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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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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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연극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모였어요. 제가 잘 편승한 거죠. 그런 분위기에서는 배우들이 NG가 안 나요. 제작진이 베이스를 잘 깔아놓으셔서 잘 놀기만 하면 되거든요. 어떤 애드리브도 다 수용됐죠. 유기적으로 움직임이 생길 때, 합이 딱딱 맞을 때마다 소름이 쫙 끼쳤어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관심 받는 배우는 머리를 민 황정민이다. 전두광을 맡은 황정민의 연기는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뛰어넘는 강렬함을 선사한다. 그런 전두광을 가장 많이 마주한 배우가 박해준이다.

“강렬했죠. 가까이서 봐도 비슷하더라고요. 세 시간 넘게 분장하셨어요. 머리 분장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모자를 하루 종일 쓰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간지러워요. 그거보다 더한 고통이죠. 황정민 선배와 맞붙는다는 점에서 배우로서 걱정도 많이 됐죠. 막상 리허설하고는 많이 풀어졌어요. 어느 방향으로 갈지 보이더라고요.”

미남 배우 박해준은 계속 정진하고 있다. 주·조연을 넘나들며 계속 색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안에서 미묘한 텐션을 늘 유지 중이다. 요리의 완성품을 만드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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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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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할이든 대본이 좋으면 참여하려고 하고요. 그 안에서 제가 블록 하나를 쌓듯 채울 게 있다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요. 앞으로도 뻔하지 않은 연기를 추구해 가려고요. 잘 지켜봐 주세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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