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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 (수)

"역전한다더니" 엑스포 불발…PK민심, 서울보다 사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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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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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서 여권이 부산·경남(PK) 민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뜩이나 “PK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악재가 겹치고 있어서다.

엑스포 유치에 도전한 부산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1차 투표에서 29표를 얻어 119표를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완패했다. 총회가 임박할수록 “결선 투표에서 역전이 가능하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잇따랐던 터라 예상보다 큰 패배에 여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29일 기자회견에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PK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부산 지역 중진 의원은 “그간 부산 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공을 들이면서 유치 실패 시 빠져나갈 출구전략이 모호해졌다”며 “‘엑스포만 유치하면 다 될 듯이 말해놓고 실패했다’는 원성이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도 “여권에서 엑스포 부산 유치를 부각해왔는데 큰 표 차로 패배해 지역 민심에 악영향을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같은 무게”라며 “앞으로의 상황에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우려 속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당내 부산 지역 의원들을 만나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에 따른 민심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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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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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엑스포 유치 여부가 결판나기 전 부터 이미 여권은 요동치는 PK 민심을 걱정하던 상황이었다. 지난 2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PK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36%로, 38%인 서울보다 낮았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별 응답자가 적어 오차범위도 크기 때문에 수치 자체가 100%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추세를 보면 부산·울산·경남이 흔들리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서울보다 PK에서 더 낮은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총선을 앞두고 지역을 훑고 있는 PK 지역 의원들은 냉랭한 민심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5선)은 “내일이 당장 선거일이라면 부산에서 지난 21대 총선 때보다 더 많은 의석을 야권에 내줘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초선 의원도 “지역구에서 유권자를 만나면 우리를 보는 시선이 예전과 달리 좀 차갑다고 느껴진다”며 “ ‘자칫하면 민주당이 구청장 16개 중 13개를 싹쓸이한 2018년 지방선거처럼 되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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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14일 부산 수영구 민락어민활어직판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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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PK 민심의 원인으론 여러 가지가 꼽힌다. 근본적으로는 역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불만이다.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5선)은 “경기가 매우 안 좋은 상황인데도 정부와 여당이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유권자가 많다”고 했다. 현역 의원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현재 부산 지역 18명 의원 중 탈당한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14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8명이 초선이다. 여권 관계자는 “일부 초선 의원의 경우 각종 논란에 휘말린 경우도 있고, 지역 내에서 ‘일을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나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의원 같은 무게감 있는 중진이 부족해 PK 영향력이 줄었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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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전봉민 의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이전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병수, 전봉민, 안병길,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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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총선 때까지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마땅찮다는 점이다. 일단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은 총선 전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다. 본점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반대로 의결이 불발됐다. 지난 28일 법안심사소위에선 논의 안건으로도 다뤄지지 않았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산업은행 이전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검사 탄핵안 등 여야가 충돌하고 있어 지도부 간 협의도 사실상 어려워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인근의 경기권 도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뉴시티 프로젝트’가 오히려 PK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의 초선 의원은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찬반이 갈려 있고 유권자 사이에서도 시급한 현안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신중론이 커진 상황에서 만약 김포의 서울 편입이 전격 결정되면 부산 유권자는 상대적으로 소외당했다고 느끼지 않겠느냐”라고 우려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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