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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한 사건 바라보는 세개의 시선···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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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 영화 '괴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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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한 사건에 대한 진실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한 사건의 모든 면을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편협한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는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괴물로 취급하기까지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은 영화를 보며 “괴물은 누구인가” 묻는 관객들에게 “사건의 진실을 찾기 전에 괴물부터 찾으려는 당신들이 진짜 괴물”이라는 메시지를 선사한다. 최근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히로카즈 감독은 “세 개의 파트를 다 보면 상황을 다 알게 될 것”이라며 “영화의 화살이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이 각본의 뛰어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 간의 단절을 그린 영화”라며 “일본 작은 마을의 일을 다뤘지만 이 일은 전 세계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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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갑자기 행동이 변한 아들의 행동을 감지한 싱글맘이 학교에 찾아가며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각 인물의 관점들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영화의 영상미는 아름답다. 대가인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에 각본 작업에 참여하지 않아 더욱 연출에 힘쓸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정적인 동시에 동적이고, 차가운 동시에 따뜻한 영화다. 히로카즈 감독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것이 결말부”라고 설명했다. 사카모토 류지의 각본은 기존 히로카즈 작품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섬세한 동시에 날카로운 반전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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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지메(왕따와 괴롭힘)로 대표되는 일본의 학교폭력 문제와 가정폭력 문제, 희생양을 통해 사건을 덮으려는 집단주의 문제와 퀴어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낱낱이 고발한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도 자체를 고발한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평범한 사람들이 쓰는 ‘일반적인' 말들이 누군가에게 알지도 못하는 새 상처를 주고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역인 아이들의 연기는 놀랍다.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즉흥연기를 시키곤 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철저히 연기 디렉션을 했다. 히로카즈 감독은 “LGBTQ(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만큼 배우와 스태프들도 철저히 교육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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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 등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영화 속 아름다운 풍경과 잘 어울린다. 올해 세상을 떠난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작이기도 하다. 히로카즈 감독은 “선생님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하게 될 것”이라며 “내 영화에 그 분의 음악이 쓰였다는 것은 큰 긍지”라고 애도를 표했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29일 개봉. 126분.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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