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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8 (수)

[르포] “우리 장비 없으면 삼성·SK도 반도체 못 만들어”... 美 램리서치, 투자 늘려 K-반도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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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경기 용인에 있는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 내 클린룸./램리서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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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 용인 기흥 캠퍼스와 화성 캠퍼스에서 각각 10㎞쯤 떨어진 용인 지곡산업단지. K-반도체 벨트의 중심부인 이곳에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가 세운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가 들어서 있었다. 3만㎡ 규모의 연구개발(R&D) 시설로, 램리서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근처에서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이물질 유입을 막기 위해 방진복에 더해 투명 안경, 라텍스 장갑, 헬멧으로 무장하고 들어선 테크놀로지 센터 내 클린룸에는 첨단 반도체 장비 20대가 줄지어 있었다. 80억원짜리 웨이퍼(반도체 기판) 검사 장비부터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첨단 증착·식각 공정 반도체 장비가 한 곳에 다 모인 것이다. 클린룸 곳곳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업체와 협업해 개발 중인 최첨단 반도체 장비가 가벽에 둘러싸여 비밀리에 테스트 중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글로벌 본사를 두고 있는 램리서치는 첨단 3D(3차원) 로직과 메모리 반도체 개발·제조에 특화된 장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식각 장비 제조 분야 점유율은 50% 이상이다. 램리서치는 올해 미 회계연도 기준 22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상원 램리서치 한국법인 총괄 대표는 “램리서치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전자 기기를 만드는 전 세계 모든 업체가 램리서치 장비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43년간 반도체 한 우물만 파온 램리서치는 전공정 장비에 집중해 오다 최근 후공정 장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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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램리서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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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리서치는 한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동반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램리서치 전체 매출 중 20%가 한국에서, 26%가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 매출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시안과 우시 사업을 포함한 액수로,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업체로부터 나오는 매출 비중이 가장 크다. 이에 램리서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로는 처음으로, R&D센터뿐 아니라 제조 공장, 물류센터, 트레이닝 센터, 고객지원센터 등 램리서치의 주요 사업 부문을 모두 K-반도체 벨트 안에서 운영하고 있다. 국내 인력은 1500명가량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한국에 R&D센터가 생긴 이후 반도체 장비를 테스트하기 위해 더 이상 미국을 오가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과거 3주 이상 걸리던 데모 과정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나게 된 것이다. 이곳에는 고객사 반도체 생산라인과 동일한 설비를 구축해 고객사 제품을 즉각 계측하고 정확한 결과를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정성락 램리서치코리아 부사장은 “고객 근거리에서 즉각 반응해 전반적인 서비스가 미국 랩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빨라졌다”며 “장비 테스트만 하더라도 미국까지 갈 때는 국내 고객사들이 웨이퍼 한두 장밖에 못 들고 갔는데 이곳에는 웨이퍼를 수백장 가져와 실제 생산 환경과 동일하게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램리서치는 한국 투자를 꾸준히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40년간 600억달러(약 77조원) 규모로 커 온 반도체 시장이 2030년 1조달러(약 1290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를 주도하는 한국 시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근 램리서치는 차세대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거점이 될 삼성전자 천안캠퍼스 인근에 사무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중 한국에 이렇게까지 투자하는 곳은 드물다”며 “R&D 시설을 짓는 데에 수천억원이 투입됐고 운영 비용도 어마어마하지만, 램리서치는 핵심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지원을 늘려가겠다는 전략 하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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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탄 램리서치코리아 테크니컬 트레이닝 센터 VR(가상현실)룸. VR 기기를 끼고 장비 내부 부품까지 세세하게 3차원으로 살펴볼 수 있다./램리서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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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리서치는 2011년부터 한국 장비와 부품으로 첨단 반도체 장비를 만들고 있다. 경기 화성, 오산, 용인에 있는 램리서치 제조 공장에서 올해 생산한 반도체 전공정 장비 규모는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체수 램리서치매뉴팩처링코리아 사장은 “지난 10년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18배 늘었고, 2년 전부터는 전공정 장비 수출 물량도 국내 최대를 기록했다”며 “국내에서 생산된 램리서치의 최첨단 장비가 전 세계에 공급되고 있으며, 낙수효과로 국내 부품 공급업체들과의 거래 규모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R&D센터에 이어 찾은 동탄 램리서치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램리서치 전체 트레이닝 수요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 센터는 2018년 개소 이후 매년 1400여명의 교육생이 거쳐갔다. 국내 고객사와 램리서치 직원을 비롯해 대학생들도 이곳에 방문해 반도체 장비 교육을 받는다. VR(가상현실) 기기를 끼고 3차원으로 장비 내부 부품을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램리서치코리아는 이곳 시설과 판교에 있는 본사를 내년 7월 용인 R&D센터 건너편에 짓고 있는 새 건물로 확장 이전시켜 본격적으로 용인 캠퍼스 시대를 연다.

이 대표는 “램리서치 직원들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키워간다는 자부심이 강하다”며 “내년까지는 D램을 제외한 반도체 시장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HBM 특화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한 램리서치는 한국에서 차별화된 R&D 전략을 꾀하면서 반도체 생태계와 함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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