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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메이드 인 코리아' 1989만1579km의 여정…얻은 것 더 많았던 엑스포 유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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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엑스포, '졌잘싸'로 평가해도 좋은 3가지 이유


헤럴드경제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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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엑스포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이 많이 나왔는데, 저는 이미 유치 과정에서 반 이상은 달성했다고 봅니다.”

29일 대한민국 부산이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국 간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아쉽게 패배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엑스포 유치전 결과에 대해 “아쉽지만, 얻은 것이 더 많은 1989만1579㎞의 여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명 ‘코리아 원팀’으로 총력전을 펼치면서 얻은 ‘등록’ 엑스포 유치전의 경험과 K-팝·푸드·드라마 등 대한민국 소프트파워를 다시금 전세계에 알리는 문화 외교의 성과, 무엇보다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이 지구 197바퀴(790만㎞)를 돌며 ‘메이드 인 코리아’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175개국과 쌓아올린 네트워크만으로도 이미 적지 않은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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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값진 ‘등록’ 엑스포 유치전 경험=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행사타당성연구단 곽성일 선임연구위원은 “‘등록’ 엑스포 유치를 시도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유치에 나섰던 국제행사가 ‘등록’ 엑스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엑스포는 국제박람회기구가 인정하면 공인, 인정하지 않으면 비공인 엑스포로 나뉘는데 공인 엑스포는 다시 ‘등록’ 엑스포와 ‘인정’ 엑스포로 구분된다. ‘등록’ 엑스포는 문자 그대로 이름이 유엔에 등록된 엑스포를 말한다. 두 엑스포 모두 5년 주기로 열리지만 차이가 크다. 인정 엑스포는 짧게 3주, 길어도 3개월까지만 개최할 수 있지만, 등록 엑스포는 6주에서 최대 6개월까지 열 수 있다. 전시장 비용도 각국이 따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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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위원은 “아직 아시아에서 ‘등록’ 엑스포를 개최한 국가는 3개국 뿐으로 앞서 우리가 1993년 대전과 2012년 여수에서 개최했던 엑스포는 모두 ‘인정’ 엑스포”라며 “이번에는 비록 아쉽게 됐지만 다음을 바라보기 위해선 한 번 정도는 도전의 역사가 필요한 것이고, 이런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서울 올림픽, 2022년 한·일 월드컵 등 올림픽과 월드컵을 모두 유치한 경험이 있지만, ‘등록’ 엑스포 유치는 이번이 첫 도전이었다.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 실장은 “‘인정’ 엑스포인 여수엑스포도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를 확정했고, 평창올림픽도 재수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며 “이번 유치 과정이 다음번 도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②전세계에 알린 대한민국 소프트파워=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8일부터 총회가 열리는 지난 28일까지 한국 정부와 민간 관계자들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1989만1579㎞(지구 약 495바퀴)를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 총리, 국무위원 등 정부 인사와 13개 기업의 대표·임직원 이동거리를 합산한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우디 오일 달러를 이기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유치 활동의 본질은 국제적으로 대한민국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국익에 기여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K-팝(POP)이나 K-푸드, 드라마 등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를 다시금 전세계 전파하는 문화 외교의 성과를 남겼다는 설명이다.

③韓기업 175개국과 ‘네트워크’=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김병준 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함께 아프리카 2개국에 유치전을 다녀오기도 한 김봉만 한경협 국제협력실장은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우리 기업들이 18개월 동안 총 175개국, 3000명의 정상과 장관 등을 만났다”면서 “그 과정에서 세계 곳곳에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고 방문국의 ‘필요’에 대해 알게 되면서 기업 입장에선 시장을 확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해외 사업을 하기 위해선 해당국 내의 네트워크와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데 이 두 가지를 모두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 입장에선 시장 확대지만, 국가적으로는 경제적인 영토를 확대한 계기가 된 것”이라며 “G7(주요 7개국) 등 선진국 대열에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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