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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하루에 몇 통 받으십니까”…신고도 소용없는 스팸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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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문자발송서비스로 문자 스팸 전년대비 약 7배 증가

이메일 스팸 감소추세…방통위 “국민 피해 최소화 노력”

“잘 지냈어?”

직장인 정모(26)씨는 최근 낯선 여성 전화를 받았다. 정씨가 “누구냐?”고 묻자 카카오톡 프로필을 확인해보라는 답을 한다. 정씨는 예쁜 프로필 사진에 잠깐 홀렸지만, 낯선 여성은 이내 불법 스포츠 도박을 권유했다. 정씨는 “이 외에도 하루에 주식투자나 불법 도박과 관련된 스팸 문자를 2건 이상 받는다”면서 “이렇게 전화까지 오는 경험은 처음이라 놀랍고 무서웠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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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10월에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스팸 유통현황’에 따르면 스팸 신고·탐지 건은 2022년 하반기(2681만건) 대비 311.6% 증가한 1억1034건이었다. 특히 이용자가 가장 많은 스팸을 수신하는 문자스팸은 1억89만건으로 지난해 하반기(1277만건) 대비 690.1% 증가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실제 발송량 급증보다 신고 편의성 개선에 따른 증가인 것으로 분석했다.

문자스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량문자발송서비스는 스팸 통신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에 불법 스팸 전송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통신사의 자율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용자는 월평균 5.23통의 문자스팸을 받는다. 메일(2.12통)과 음성(1.95통)에 비해 높은 수치다. 문자스팸의 주된 발송경로가 대량문자발송서비스이기 때문. 이용자가 받는 문자스팸 중 대량문자발송서비스에 의한 문자가 무려 97.3%를 차지한다.

대량문자발송서비스의 대부분은 국내발이다. 대량문자발송 중 국내 발송 비율은 83.1%이고, 국외 발송 비율은 14.2%다. 대량문자발송서비스 업체 가운데 국내 문자스팸 발송량 1위는 45.7%를 차지하는 스탠다드네트웍스로 나타났다. 국외 문자스팸 발송량은 SK텔링크가 50.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광고유형은 도박이 42.8%를 차지했고, 금융(21.7%)과 불법 대출(17.7%)이 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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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메일 스팸은 지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인다. 22년 하반기 957만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484만건으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에서 발송된 스팸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발 스팸 이메일은 지난해 하반기 789만건에서 23년 상반기 35만건으로 750만건 감소했다.

방통위는 대량문자발송 기업을 대상으로 자율적인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방통위는 관계자는 “스팸 유통현황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대량문자발송서비스) 기업들에게 자율적인 감소를 독려하고 있다”며 “실제로도 기업별 순위를 보면 대량문자발송 비율이 감소한 기업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법적인 근거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방통위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2월부터 단말기 ‘스팸 신고 기능’을 개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량문자발송서비스로 인한 스팸 전송이 끊이질 않아 방통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스팸 전송 블랙리스트를 8월 문자 중계사에 제공했다”며 “문자스팸 이용자 노출 최소화를 위해 단말기 필터링 강화 방안도 마련 중이다”고 전했다. 이어 방통위는 “스팸 유통현황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스팸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2021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불법스팸 유통방지대책’이 발표됐다. 내용은 △불법스팸전송자가 대량의 전화회선을 확보치 못하도록 유선·인터넷전화 가입 제한을 강화 △불법스팸전송자가 확보한 모든 전화번호 이용 정지 △불법스팸전송자 추적일 단축 △금융회사 사칭 불법스팸 즉시 차단 △아이폰 등 외산폰에서도 불법스팸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게 개선 △불법스팸전송자에 대한 처벌 강화(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과태료→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과태료) 등이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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