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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 대해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가 은행별 판매량 차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각 은행에 파생상품 판매 총량 규제를 도입했는데, 당시 DLF 사태에서 손실이 없어 많은 판매 할당을 받았던 KB국민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 ELS를 집중적으로 판매해 이번에 대규모 손실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시행된 판매 총량 규제가 또 다른 리스크를 낳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도 제도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민은행은 전체 은행권이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잔액(15조6676억원)의 52.3%(8조1972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2조원 수준인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은행과 비교해 판매 잔액이 3배 이상 많다. 국민은행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만 4조6434억원에 달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유독 국민은행에 판매가 몰린 것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헐거운 금융당국 규제가 국민은행의 판매 확대로 연결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9년 12월의 해외 연계 금리 DLF 사태와 같은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신탁에서 판매했던 파생상품 판매 한도를 은행별로 정해줬다. 그해 11월 파생상품 판매 잔액이 그 기준이었고, DLF를 취급하지 않았던 국민은행은 당시 ELS에 주력해 판매 잔액이 13조원에 달했다. 하나은행이 6조원대, 신한은행이 4조원대의 총량 한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4조원, 농협은행은 3조원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의 경우 DLF 사태 여파로 파생상품 판매 규모를 줄인 상태였기 때문에 판매 총량이 낮게 설정돼 있는 반면, 국민은행은 그 여파가 덜했기에 판매 잔액이 컸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E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7일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과 관련해 불완전판매의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논할 시기는 아니지만 제도 개선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본다"며 "내년 상반기 손실 규모 등 윤곽이 나오면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관련 ELS 판매사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을 검토하면서 은행권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각 은행들은 H지수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지부진할 흐름을 보일 가능성에 대비해 별도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매일경제가 은행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은 가장 손실 가능성이 높은 가입 건을 기준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H지수가 8000선까지 오르게 된다면 손실을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인(Knock-in·원금 손실 발생 구간)형 상품의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국민은행은 8500선으로 그 기준이 높았다. 통상적으로 녹인형 상품은 만기 시점에서 최종 상환 기준선(70%) 수준까지는 회복돼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고, 노녹인(No knock-in)형 상품은 65% 이상이어야 원금을 보전할 수 있다.
일부 ELS 가입자들은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공동 대응할 태세를 갖췄다. 이 모임에 최근 가입했다는 50대 직장인 A씨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상품 가입 당시 직원이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준호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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