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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기자24시] 더 무거워야 할 국방수장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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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익은 1조원, 손실은 1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내놓은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에 대한 손익을 계산한 수치다. 근거가 불분명하거니와 이치에 닿지도 않는 산수다. 엄중한 남북 대치 국면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을 진 국방 수장이 계산기 두드리듯 할 말도 아니라고 본다.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되며 군사적 긴장이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북한은 벌써 9·19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했던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를 복구하고 중화기를 배치했다. 접경지역 주민들 중에는 지난주 말 장을 보면서 라면과 생수를 더 사서 쌓아둘지 고민한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긴장과 갈등은 그 자체로 만만찮은 비용을 수반한다. 얼마 전까지 몸담았던 국회와는 발언 한마디의 무게감이 다르다.

이날 신 장관은 정부의 선제적인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결정이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며 반박했다. 북한이라는 '인질범'에 얽매여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주장이라는 이야기다. 계속 북한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그의 말뜻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응당 나옴직한 걱정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19 군사합의 파국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거듭된 위반과 도발로 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든 쪽은 분명 북한이다. 한국만 합의를 지키는 게 부당하다는 신 장관의 문제의식에는 합리성이 있다.

정부와 신 장관은 긴장 고조를 감수하면서 대북 감시·정찰 능력을 복원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하기로 했다. 가장 안전한 길보다 가장 합당하다고 판단되는 방도를 택한 셈이다. 지금부터는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제거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충돌을 막고 불안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도발에 대해 강력히 응징하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 정부가 선택한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의 성패도 여기서 갈린다. 신 장관이 더 진중한 발언을 통해 군을 이끌며 대북 억제력을 안정감 있게 운영해나가길 바란다.

[김성훈 정치부 kokkir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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