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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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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TDF 점유율 1위인데…미래에셋운용, 수익률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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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타깃데이트펀드(TDF) 리딩 사업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이렇다 할 수익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수익률 1위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기대치를 밑도는 상황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연도를 목표 시점으로 해 생애 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자산 배분 펀드다. 올해 초 TDF로 운용되는 연금 자산이 1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시장 성장은 지속 중이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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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KB온국민TDF2055(UH)’는 3년 수익률이 32.80%로 모든 TDF 중 가장 높았다. TDF 이름에 있는 숫자를 ‘빈티지’라고 하는데, 이는 목표 은퇴 시점을 말한다. KB온국민TDF2055는 2055년에 은퇴하는 사람을 위한 펀드란 뜻으로 언헤지(UH)형이다. 언헤지 즉,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품인데 2020년 말 1010원대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90원선까지 오르면서 이 상품의 수익률도 함께 상승했다. 2, 3위 역시 언헤지형이다.

TDF는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운용사에서 자동 조절해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라 초기엔 위험 자산인 주식이,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안전자산인 채권의 비중이 높다. 숫자가 큰 TDF는 주식의 비중이 커 수익률도 더 높은 게 통상적이다. 주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KB자산운용 2055 빈티지가 2050, 2045 빈티지를 제치고 수익률 1위를 차지한 이유다.

KB자산운용의 온국민TDF의 수익률이 우수한 것은 패시브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온국민 TDF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 펀드 중심으로 운용된다. 시장 초과 수익률을 노리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변동성이 낮은 패시브 콘셉트인 것이다. 실제 수익률 1위인 ‘KB온국민TDF2055(UH)’는 뱅가드 S&P500 ETF, 아이셰어즈 S&P500 ETF 등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주요 자산으로 한다.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는 NH아문디자산운용 4개, 한화자산운용 3개, 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각각 1개씩으로 구성됐다.

1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앞선다. 한투운용의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60′이 수익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해당 TDF 역시 패시브 전략을 쓰는데, 국내 채권과 미국 성장주에 주로 투자한다.

반면 TDF 운용 규모만 3조원을 넘기며 시장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수익률 17위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TDF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건 ‘미래에셋 전략배분TDF2050′으로, 이 상품의 3년 수익률은 10.86%다. 이는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30%대를 기록한 KB자산운용에 크게 못 미친 수준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는 2025, 2030, 2035, 2040, 2045 빈티지에서 3년·5년 장기 수익률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국내 타 운용사와 달리, 자신들은 TDF를 자체 운용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래에셋의 설명대로라면 올해는 직접 운용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은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는 크게 ▲자산 배분 ▲전략 배분 2가지로 나뉜다. 자산 배분형은 수익률 상위권인 TDF와 마찬가지로 ETF를 담았으나 상대적으로 업종 ETF에 치중돼 있었다. S&P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함께 테크 업종 중심인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 섹터 ETF, 반도체 중심인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를 함께 담았다. 미래에셋의 자산 배분형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50(9.04%)′로 3년 수익률이 한 자릿수다.

전략 배분형은 주식과 채권 위주로 운용하는 기존 TDF와 달리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대체 자산에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대표 지수 ETF가 주요 보유 종목이었던 KB온국민TDF와 달리 미래에셋전략배분TDF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삼성전자 등 알주식(개별 종목)을 주로 담고 있다. 개별 종목의 주가가 대표 지수보다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가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요즘 들어서는 과거만 못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TDF는 자산 배분이 중요한 상품”이라며 “시장을 맞히려고 해서는 수익률을 꾸준히 내기 힘들다”고 했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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