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권리당원 비중 높이는 전대룰 추진…병립형 회귀도 검토
비명 "개딸 팬덤으로 차기 당권 포석…병립형은 정치 야합"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강성당원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차기 전당대회 규칙과 선거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지도부가 전당대회 권리당원 비중 강화안을 밀어붙이고,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와 관련해선 병립형 비례제 회귀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다.
두 방안 모두 비명(비이재명)계 등 비주류가 강력히 반대하는 내용이다.
비주류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당권 독식을 위한 '선택적 혁신'에 나섰다고 비판하고 있어 내홍이 재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의 권리당원 비중을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당무위에서 통과시켰다.
현재 권리당원 60표는 대의원 1표에 해당해 이 안건이 다음 달 7일 중앙위원회 의결로 최종 확정되면 권리당원의 표 가치는 지금보다 3배 이상 높아진다.
전대에서 권리당원 목소리를 더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친명(친이재명)계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여기다 지난 8월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전대에서 대의원 투표를 배제해야 한다는 혁신안까지 내놨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이고, 강성당원인 '개딸'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양측이 이 문제로 충돌하자 당내에서는 내년 8월에나 있을 차기 전대 룰을 미리 건드려 계파 갈등을 들쑤실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권리당원 비중 문제는 일단 잠복했고, 내년 4월 총선 이후 논의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도부가 석 달간 잠잠했던 이 이슈를 공식 회의 테이블에 올려 일사천리로 추진하자 비주류는 친명계가 '팬덤'을 등에 업고 차기 지도부까지 차지하려는 포석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전당대회뿐 아니라 체포동의안 표결 등 여러 상황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든든한 배경과 힘이 되는 건 팬덤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지도부는 대의원·권리당원 표의 등가성 조정 문제는 당내 '컨센서스'를 따르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랜 시간 논의돼왔으나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온 과제를 이번엔 정리하고 가자는 이 대표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원칙과 상식', 선거제 관련 성명 발표 |
선거제 개편 문제에서도 '병립형 회귀 및 권역별 비례제' 방안이 급부상하자 비주류는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지도부 내에서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할 경우 그 부작용인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장치가 없고,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여당과의 총선 의석수 싸움에서 오히려 더 유리하다는 내부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주류는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회귀한다면 선거제도 퇴행에 앞장서는 꼴이 된다며 지난 대선 당시 국민 앞에 약속한 당과 이 대표의 준연동형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하는 이탄희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병립형으로 돌려 양당 카르텔을 한다는 것은 거대 재벌들이 중소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원칙과 상식'은 전날 성명에서 "병립형 합의는 정치 야합"이라며 "이재명 지도부가 수많은 약속을 어기고 야합에 나선다면 모든 것을 걸고 뜻있는 의원들과 힘을 합쳐 막아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전당대회 표 비중은 기습적으로 바꾸면서 선거제를 퇴행시키는 선택적 혁신은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병립형 회귀 저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명 성향인 진성준 의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준연동형 채택 시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내년 총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병립형도 현실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순 없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29일 의원총회에서 준연동형과 병립형 등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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