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류와 혁신위원회 간 충돌 양상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여권 핵심 관계자가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얘기다. 기득권 포기 등 당 주류의 희생을 강조하는 혁신위냐, 이에 반발하는 듯한 움직임을 취하는 당 지도부·친윤계·중진이냐, 윤 대통령이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고 있는 건 아니라지만, 어쨋거나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가야할 방향성은 '혁신'임을 분명히 전한 모양새다.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간담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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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윤심(尹心)은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民心)과 일치한 상태”라며 “다만 친윤(친윤석열) 중진들의 자기 주도적 결단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심=민심'에 방점 찍으면서도 혁신위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에 대한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17대(2004년) 총선 앞두고 당 중진 20여명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사례로 드는 참모도 있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 바꾸자. 나만 빼고’는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며 “정치권의 변화·개혁을 바라는 민심에 부응해 30∼40대 정치 신인들을 대거 발탁한 17대 총선이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차떼기’로 대표되는 불법 대선자금 사건 등으로 ‘부패·경로당’ 등의 이미지가 씌워졌고, 결국 대대적인 물갈이라는 강수로 ‘탄핵 역풍’ 속에서도 100석을 확보, 최악의 위기를 면했다.
윤 대통령으로선 대통령실과 정부에 대한 인적 쇄신의 규모와 질(質)을 혁신 진정성의 잣대로 주시하겠다는 국민들의 여론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영국 국빈 방문에 이어 프랑스에서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직후 국정원 진용을 전면 개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개편-개각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에선 현재의 6수석 중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제외한 이진복 정무·강승규 시민사회·김은혜 홍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의 교체가 유력하다. 내각 개편은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장관들의 이동에 따른 후임 인선이 필요한 데다 국정운영 성과를 내야 하는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새로운 인물을 발탁함으로써 공직사회에 쇄신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차원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음 달 국회 예산 심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개각 정국이 전개될 전망”이라며 “빠르면 12월 초순, 늦어도 12월 12일 전에는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공군1호기편으로 귀국해 마중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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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는 "앞으로 2주는 윤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대통령실 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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