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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국정원장 경질... 새 원장에 김승연·유성옥·김옥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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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잇단 인사잡음에 이례적 조치… 원장 후임 안 정한 채 극약 처방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을 경질했다. 윤 대통령은 또 권춘택 1차장(해외 담당), 김수연 2차장(대북 담당)도 각각 홍장원·황원진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으로 교체했다. 후임 국정원장 후보자가 임명될 때까지는 홍장원 신임 1차장이 원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영국·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한 윤 대통령이 국정원 수뇌부를 일시에 교체하는 고강도 인적 쇄신 카드부터 뽑아 든 것은 국정원 내부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외부로 계속 표출되자 지휘 책임을 물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정원장 및 1·2차장 교체 인사안을 발표했다. 김규현 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작년 5월 임명된 지 1년 반 만에 교체됐다. 권춘택 전 1차장은 작년 5월, 김수연 전 2차장은 작년 6월 임명됐었다. 새로 1차장에 임명된 홍장원 특보는 주영국대사관 공사를, 신임 2차장에 임명된 황원진 특보는 국정원 북한정보국장을 지냈다. 홍 신임 1차장은 육사 43기로 위관 장교 시절 국정원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신임 1·2차장에 대해 “해외 정보와 대북 정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규현 원장은 정권 교체기에 국가 최고 안보 정보기관으로서의 국정원 위상을 재정립하고 우방국 정보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권 초에는 한미 정보협조 체계가 약화된 상태였기 때문에 미국통 국정원장과 차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대북 정보 전문가를 투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임 국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장과 차관급인 차장 2명을 동시에 교체한 전례가 드물다.

실제로 국정원에선 지난 6월 특정 간부의 인사 전횡 논란이 불거진 이후 대통령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둔 이달 초 또다시 내부 인사 문제가 외부로 흘러나왔다. 김 원장 반대파에선 6월 인사 파동 때 전횡을 했다고 지목된 A씨와 가까운 사람들이 이번에 또 인사 개입에 연루됐다고 주장한 반면, 김 원장 측에선 지난 정권 시절 비위 의혹 등이 뒤늦게 불거져 감찰을 받게 된 이들이 김 원장을 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보기관에서 인사를 두고 파벌 투쟁이 벌어지고 이런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 원장이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찾아 윤 대통령에게 비공개 업무보고를 예정대로 하면서 그가 유임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영국·프랑스를 방문 중이던 지난주에도 김 원장과 권 차장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권춘택 1차장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기업체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돼 대통령실 지시로 직무감찰을 받고, 국정원 인사 담당 고위 간부가 전 정권 시절 인사 청탁 의혹 등이 불거져 사직한 사실도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몇 차례 조직을 정비할 기회를 줬음에도 계속 내부 잡음이 불거져 나오는 상황이 이어지자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김 원장과 권 차장이 현직에 있는 한 파벌 간 알력 성격의 잡음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된 것으로 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후임 국정원장 후보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적임 후보자를 물색 중이며 인사 검증을 거쳐 후임을 지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후임 국정원장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급하게 수뇌부 교체 인사를 해야 할 정도로 국정원 내홍이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후임 원장에는 국정원 조직 안정을 위해 내부 출신이 적합하다는 주장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외부 출신이 가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내부 출신에선 대북공작국장 출신 김승연(육사 38기) 국정원장 특보와 변영태 전 해외공작국장, 김옥채(육사 38기) 일본 요코하마 총영사,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외부 출신에선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김숙 전 국정원 1차장 등이 거론된다. 김승연 특보는 이명박 정부 때 원세훈 국정원장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변영태 전 국장은 해외공작 전문가고, 김옥채 총영사는 일본 대사관에서 주로 근무하면서 첩보 활동을 해왔다. 일각에선 김용현(육사 38기) 현 대통령 경호처장도 후보군으로 거론하고 있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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