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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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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갈 필요없죠"…'AI주님'에 빠진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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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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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은 천국 갔나요?" "하나님이 계시다면 왜 내게 나쁜 부모님을 주셨나요?"

궁금하지만 목사님께 차마 묻지 못한 질문들이다. 2030 젊은이들이 어떤 질문에도 답해주는 이른바 '주님 AI(인공지능)'에 빠져들고 있다. 챗GPT를 기반으로 청년들의 신앙 관리를 도와주는 '초원' 애플리케이션(앱)은 월 활성 사용자가 3만~4만명이다. 이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60%가 넘는다. 하루에 올라온 질문만 1만개, 한 달엔 30만개다. 최근엔 "십일조는 꼭 해야 하나요?" "연애를 하고 싶은데 다가오는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에요" 등 MZ세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질문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답변 만족도도 점점 높아져 대부분 5점 만점에 4점 이상이다.

지난 3월 이 서비스를 출시한 김민준 어웨이크코퍼레이션 대표는 "경기가 안 좋은데 의지할 곳은 없고 부모나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한 개인적 고민들을 생성형 AI에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경기도 부천에서 개척교회를 일구고 있는 한 목사는 최근 청년들의 달라진 기도회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는 "코로나19 3년간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지면서 인도자 없이 TV나 유튜브를 켜놓고 찬양과 기도를 하더라"며 "기존 교역자나 목회자를 어느새 매체가 대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3년간 위축됐던 종교계가 AI발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AI가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초개인적 세대의 등장을 가속화시켜 신앙과 목회 활동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에 비해 주일예배 출석 교인 수는 20% 안팎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세대의 이탈률은 더욱 높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는 최근 저서 '뉴트로 전략, 핵처치'를 통해 "주체적으로 자신의 애호를 즐기며 살아가는 개인을 의미하는 '핵개인'에 이어 '핵크리스천'이 등장하고 있다"며 "핵크리스천은 기존 교회 제도와 시스템, 신앙관을 탈피해 자기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주체적 독립성을 갖기를 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크리스천"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하나의 교회를 정해놓고 교회 중심적 신앙생활을 했다면 지금은 노마드(유목민) 신자들이 2~3개 이상의 가상 교회를 정해놓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설교를 취사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OTT 신자'라고도 부른다.

챗GPT에 기반한 AI 서비스는 원하는 성경 구절을 찾아주고 맞춤형 고민 상담과 기도문 작성, 묵상을 도와준다. 목회자를 위한 설교문도 뚝딱 작성해주고 있다. 실제로 목회자 20%는 챗GPT를 사용한다는 국내 조사도 있다. AI 음성 합성 기술도 발전해 원하는 목소리로 40분간 녹음하면 성경 66권 전체를 그 사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보이셀라' 서비스도 인기다.

AI 열풍은 불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님 AI'를 토대로 '스님 AI'가 등장했으며 AI는 이미 데이터화돼 있는 팔만대장경을 학습해 상담해주고 있다. 조계종은 신도 수 감소에 교육원과 포교원을 점차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신학자나 불교학자도 지식 측면에서 AI를 넘어설 수 없다면서 영적인 설교나 가르침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장제호 감리교신학대 종교철학 교수는 "기독교 2000년 역사 동안 예배는 시대에 맞게 늘 변화했다"며 "교회가 AI발 변화의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종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젊은 층은 디지털 세상과 물리적 세상을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며 "교회가 영적 감동과 따뜻한 공동체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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