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씰` 담당 박연숙 팀장 인터뷰
대한결핵협회, 1953년부터 70년째 씰 발행
구매 감소 위기, `손흥민·펭수` 동원해 극복 시도
"지속적인 기부·예방으로 결핵 사각지대 없애야"
박연숙 대한결핵협회 본부 모금개발팀 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한결핵협회에서 2023년 크리스마스 씰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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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팀장은 22일 이데일리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씰을 찾는 손길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미팅 같은 곳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씰을 어디에서 사냐고 한다”며 “사실 학교와 우체국에서 계속 판매되고 있는데 아직도 씰을 파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이제 씰을 상징적으로 발행하는 것 같다”며 “한국처럼 국가사업 차원에서 씰을 모금하는 나라는 드물다”고 했다.
1953년부터 대한결핵협회가 제작해온 씰은 70년간 결핵의 위험을 알리며 대표적인 기부 통로로 자리매김했다. 한 장에 3000원씩 씰을 판매해 모은 모금액은 신규 환자발견과 결핵 치료 지원, 치료 연구, 결핵 인식 개선 사업 등에 사용된다. 문제는 크리스마스 씰 모금액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65억원까지 모이던 모금액은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 SNS로 소통수단이 바뀌면서 2019년에 약 20억원까지 감소했다. 2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크리스마스 씰이 위기에 처하자 협회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축구선수 손흥민과 연예인 유재석,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 등 유명인과 협업한 씰을 제작하며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박 팀장은 “2020년에 펭수로 씰과 굿즈를 만들었는데 모금액이 1년 전보다 10억원 더 모였다”며 “이 경험을 계기로 어린 친구들이 스스로 즐기고 자연스럽게 기부에 동참하도록 씰의 접근성을 높이는 외부 협업과 굿즈 제작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협회가 이토록 크리스마스 씰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지금도 결핵에 시달리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결핵환자가 감소세를 그리고 있어도 아직 잠복결핵이 많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핵환자의 절반은 감염 후 1~2년 안에 발병한다. 나머지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증상이 발현돼 언제 어디에서 결핵을 앓고, 주위에 균이 전파될지 알 수 없다. 한국은 환자가 줄고 있지만, OECD 38개국 중 결핵 발생률은 2위, 결핵 사망률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 팀장은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보건소에 결핵 예방과 치료를 중점적으로 맡겼는데 지난 3년간 호흡기 치료와 보건소 업무가 코로나19 관리에 집중됐다”며 “결핵은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코로나와 헷갈리는 일도 있어서 병원을 가지 못한 환자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앞으로 결핵 유행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경각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마스 씰 모금액은 결핵 사각지대 해소에 점차 더 투입될 예정이다. 박 팀장은 “결핵은 6개월 이상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알코올 중독자나 쪽방 근로자, 독거노인 분들은 제도에서 소외돼 약을 꾸준히 먹기 어렵고, 치료에 실패해 약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이 꾸준히 약을 먹고 치료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가 방문하거나 전화하는 지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관심이 없는 질병일 수 있지만 주변에 환자가 있을 수 있고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앞으로도 크리스마스 씰을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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