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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간 국내에서 사라졌던 '빈대'가 최근 서울의 한 공동주택에서 발견된 것을 두고 미국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중략) 감염병에 대한 방역도 중요하지만, 빈대 같은 해충에 대한 방역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인 2009년 1월, 국내에 빈대가 재출현한 사실을 처음으로 알린 기사 중 일부입니다.
연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용태순 교수 연구팀이 2007년 12월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30세 여성이 집에서 잡아 온 곤충을 조사한 결과, 20여 년 넘게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빈대'로 확인됐고,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이 기사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 이유로는 당시 빈대에게 물린 여성이 미국 뉴저지에서 오랫동안 살다 9개월 전 한국에 들어와 이 건물에 입주한 점, 빈대가 발견된 다른 방들도 주로 단기 거주 외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들이 들락날락한 점, 이 여성의 방 외에도 건물 내 다른 방에서 죽어 있는 빈대와 유충 등이 다량 발견됐던 점 등이 제시됐습니다.
용태순 교수는 그해 대한기생충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환자가 병원을 찾을 당시 빈대에 물린 자국이 손, 발과 피부 등에 선명했다"면서 "미국의 반대가 방역체계를 뚫고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감염병에 대한 방역처럼 빈대 같은 해충에 대한 방역도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뒤 15년이 지난 2023년.
요즘 한국에서는 빈대 방역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빈대 출현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지자체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긴급 지원하는 등 고강도 방역을 진행 중입니다.
장관이 나서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던 빈대가 다시 출몰한 것으로 확인된 2007년쯤의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빈대의 재출현이 처음 보고된 후 특별한 방역 대책이 없었던 점으로 볼 때 빈대가 지속해서 국내에 유입됐을 수 있고,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결국 살충제에도 죽지 않는 돌연변이까지 생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빈대의 재출현 이후 어쩌면 우리는 약 15년 동안 빈대와 공존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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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해외여행이 많은 젊은이의 경우 빈대에게 물리거나 목격했더라도 이 해충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 사례도 꽤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과거에는 빈대가 흡혈을 통해 사람에게 빈혈 등의 증상을 유발했지만, 요즘 같은 영양상태에서는 빈대에게 물려도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흡혈하지 않은 빈대는 신용카드 두께보다 좁은 틈새에도 살 수 있을 정도여서 맨눈으로는 좀처럼 식별이 어렵습니다.
용 교수는 "2007년에 빈대가 출현한 이후 방역 관계자들 사이에서 미군 주거지 등을 중심으로 빈대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얘기가 있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지금의 빈대는 해외 유입종이 번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개체수가 많지 않았을 때는 일반인이 찾고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가 많아지고 주목도가 높아진 지금에서야 비로소 눈에 보인다는 게 용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제 빈대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미국, 프랑스, 영국, 홍콩, 남미, 아프리카 등이 빈대의 출현으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는 빈대가 출몰하자 프랑스의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뉴욕으로 출장을 오면서 빈대가 옮겨졌을 수 있다는 '떠넘기기'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만으로 빈대 퇴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어쩌면 이제는 빈대와의 새로운 공존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용 교수는 "빈대는 인류문명이 만들어 낸 공생생물로, 오래전 동굴에 살던 인간과 함께했고, 집을 짓고 살 때는 다시 우리의 주거 공간으로 이동했다"면서 "빈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역은 해야 하지만, 빈대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 그대로의 의미인 셈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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