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 전까지 'N수생' 계속 늘어날 가능성
"수도권 미니의대 증원 땐 입시판도 격변"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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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40곳이 내년 치러질 2025학년도 입시부터 곧바로 총 정원(3,058명)의 70%가 넘는 2,100여 명을 추가 선발할 수 있다고 밝히자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종 정원 확정과 대학별 배분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 같은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와 정부의 정책 의지에 비춰볼 때 당장 올해부터 대입 판도에 대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이날 보건복지부의 의대 수요조사 결과 발표로 의대 증원 논의가 구체화하자 올해 입시에서 성적 최상위권 수험생의 선택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내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늘어 의대 합격 가능성이 커질 거라는 계산 아래 올해 수능 위주 정시 전형에서 소신·상향 지원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최상위권 자연계 학생이 대거 소신 지원을 할 경우 내년에도 'N수생'이 줄지 않고 재차 역대 최대 인원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수능 응시자 가운데 졸업생 비중은 31.7%로 27년 만에 가장 높았는데,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따라 의대를 지망하는 반(半)수생과 재수생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수능 공통과목화 등으로 졸업생의 유리함이 줄어든다고 평가되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적용 전까지는 '의대 열풍'이 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생의 연쇄 상향 이동 패턴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들이 내년 모집인원 증원 최대치로 제시한 2,847명이면 소위 SKY(서울·고려·연세대) 이공계 입학정원의 절반에 가깝다"며 "이 중 상당수가 의대로 갈 수 있고, 그 자리를 중상위권 학생이 채우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늘어나는 의대 정원이 어떻게 배분될지는 입시 판도의 핵심 변수다. 입학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 정원이 우선적으로 증원될 거라는 관측에 입시업계는 성균관대, 울산대, 가천대 등을 주목하고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소장은 "재정이 뒷받침되거나 실습 여건이 충분한 소규모 의대가 크게 증원될 가능성이 있고 수험생 선호도도 매우 높다"며 "이들 의대가 실제 증원된다면 입시 판도가 크게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의대 중심의 증원이라면 상대적으로 입시에 영향이 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방의대는 지방대육성법 시행령에 따라 정원의 40%를 대학 소재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으로 선발한다. 남 소장은 "서울 등 수도권 수험생들이 굳이 연고가 없는 지방에 내려가 의대 도전을 할 의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이 파격적으로 이뤄지면 의대 문턱이 낮아질 거란 예측도 있다. 종로학원이 이날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2023학년도 정시 의대 합격생 상위 70%를 잣대로 추정한 결과, 의대 정원이 의대들의 최대 요구 기준(2030학년도 3,953명)과 비슷한 4,000명으로 확대된다면 국어·수학·과학탐구 백분위 평균이 현재 의대 입학 가능권에서 2.3점씩, 도합 6.9점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요조사 수준으로 증원이 이뤄진다면 수년 뒤 '공급 포화'로 의대 열풍이 사그라질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럴 경우 반도체 분야 등의 계약학과가 급격히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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