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조치 미비로 수십차례 벌금형…“유족과 합의 고려”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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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사한 사고와 관련해 안전 조치 미흡으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체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21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68)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회사에는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법정 진술과 현장사진 등 제반증거를 종합하면 모두 유죄로 인정될 수 있다”며 “이 사건 이전에 이미 추락 위험이 있는 공사현장에서 안전펜스 등을 설치하지 않아 수십 차례 벌금형을 처벌받은 전력도 있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고 이후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며 “유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 씨와 회사는 지난해 3월 서초구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소속 근로자 A(65) 씨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였다.
당시 A 씨는 지하 3층에서 환기구에 페인트칠을 하다 지하 4층으로 추락해 사고를 당했고, 두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이 씨는 사고 발생 4개월 전 현장 안전관리자가 사직하자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이유로 후임자를 고용하지 않고 본사 직원을 명목상 안전관리자로 지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당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수차례 추락 방호 시설 부실을 지적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골자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안전 관리 미흡으로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중대재해법은 처벌대상을 구분하고 형량을 강화한 것이다.
지난해 1월 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판결이 나온 건 총 9건이다. 이날 선고를 포함해 대부분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올해 4월 하청 근로자의 깔림 사망사고로 한국제강 대표가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게 8건의 선고 중 유일한 실형 사례다.
이날 선고 직후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김이현 기자 (spe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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