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부에서 소수민족군 시민군 연대해 공격
정부군, 공무원·퇴역 군인에 "복무 준비하라"
9일 미얀마 북부 샨주 남캄마을에서 소수민족 무장단체 타앙민족해방군 소속 병사가 군부로부터 지역을 빼앗은 뒤 경계를 서고 있다. 샨=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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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군부 타도’를 목표로 하는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민주 진영 저항군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2021년 2월 미얀마 쿠데타 이후 각개전투를 벌여온 이들이 손을 맞잡고 정부군을 압박하면서 군정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일 미얀마나우 등 미얀마 언론에 따르면,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이달 들어 사가잉주 카울린·캄파트 등 중국과 인도 국경 지대에서 군부가 장악했던 마을과 전초기지 100여 곳을 확보하고 중국·인도와 군부의 육상 무역로를 차단했다.
최근에는 라카인주(州) 등이 위치한 서부 지역으로까지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반군 공격에 일부 미얀마군은 항복을 선언했고, 일부는 인도나 중국 등으로 국경을 넘어 도망쳤다”고 전했다.
군부와 일진일퇴 공방전을 펼쳐온 반군이 잇단 승전보를 울린 것은 ‘연대’ 덕분이다. 앞서 북부 샨주 소수민족 무장단체 아라칸군, 타앙민족해방군,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이 결성한 ‘형제 동맹’은 지난달 27일 미얀마 정부군을 상대로 합동 작전을 시작했다. 첫 단체 공격을 펼친 날짜를 따 ‘1027 작전’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군부의 북부 거점을 장악하고 기세를 올리면서 같은 북부 카친·사가잉주, 서부 라카인·친주 등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던 소수민족 무장단체도 가세했다. 군부의 쿠데타 이후 소수민족 세력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군부에 맞서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에는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까지 소수민족 단체들과 연대에 나섰다.
미얀마 인구는 70%의 버마족과 25%의 소수민족, 5%의 중국 및 인도계 이민자로 이뤄져 있다. 수십여 개에 달하는 소수민족들은 1948년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자치권을 요구하며 각자 무장투쟁을 벌여왔다. 이들은 군부 쿠데타라는 거대한 힘에 맞서 70년 만에 손을 맞잡았다.
지난 3월 미얀마 북부 샨주의 한 기지에서 소수민족 무장세력 타앙민족해방군이 훈련을 받고 있다. 샨=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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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24는 “소수민족들이 전례 없는 저항에 나서면서 군정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평가했고, 국제분쟁을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 국제위기그룹의 미얀마 전문가 토마스 킨은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군부가 이렇게 많은 도시와 기반 시설을 잃은 적은 없었다. 군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공세에 놀란 군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반군과의 교전 지역 인근에 계엄령을 발동했고 17일에는 공무원과 퇴역 군인들에게 “긴급 상황 발생 시 복무할 준비를 하라”며 동원령을 내렸다.
민간인을 표적 삼아 보복 공격도 하고 있다. 군부가 지난 15일 서부 친주 부일루 마을에 투하한 폭탄으로 12세 미만 어린이 8명을 포함한 11명이 사망했다. 이 마을은 정부군과 아라칸군이 교전을 벌이는 지역에 인접해 있다. 지난 3주간 최소 150명이 정부군의 포격과 공습, 집단 학살로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전했다.
이번 ‘동맹 공격’이 3년 가까이 지속되는 군부 쿠데타를 끝낼 전환점이 될지는 미지수다. 킨은 “군부가 우위를 되찾기 위해 더욱 잔혹하게 폭격에 나설 것”이라며 “국경 인근 지역의 혼란을 접한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영향을 행사하는지에 따라 상황이 뒤집힐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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