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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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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비위 의혹’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강제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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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등 압색…대전고검 전보

야당 탄핵 추진에 선제 대응 해석

검찰이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비위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이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은 수사 대상에 오른 이 차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검찰이 이 차장검사 등에 대한 야당의 탄핵 추진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차장검사 등의 탄핵을 추진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20일 이 차장검사가 주민등록법·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강원 춘천시 소재 리조트와 이 차장검사 처가 소유로 알려진 경기 용인시 소재 골프장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자료를 확보했다.

이 차장검사 비위 의혹은 지난달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 차장검사가 딸의 명문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골프장을 경영하는 처남의 요청으로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기록을 조회해줬다고 주장했다. 선후배 검사들을 위해 해당 골프장을 싼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익명으로 예약해주고 카트와 캐디를 배정하는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재명 ‘수사라인’서 배제…자녀 위장전입 의혹 외엔 모두 부인

김 의원은 지난달 23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수사부에 있으면서 재벌그룹을 수사해온 이 차장검사가 재벌 쪽 임원으로부터 접대를 받고, 코로나19 확산으로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시기에 리조트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 차장검사를 주민등록법 위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3일 김의겸 의원실 보좌관과 비서관 등 2명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김 의원 측은 지난 9일 수사팀이 요구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이 차장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고발한 상태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특별수사본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 동일한 사건이 두 수사기관에 고발된 만큼 조율을 통해 사건이 한쪽으로 이첩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와 별개로 지난 9일 이 차장검사와 ‘고발사주 의혹’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철회한 민주당은 이들의 탄핵안 재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검은 이날 이 차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인사조치했다. 수원지검은 지난달부터 이 차장검사 산하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3개 부서를 모아 ‘전담수사팀’을 꾸렸는데, 이번 인사로 이 차장검사는 이 대표 수사라인에서 배제됐다.

수원지검은 형사6부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가 쌍방울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이다. 공공수사부는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사건 전담수사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원지검 2차장 업무는 강성용 1차장검사가 겸임하기로 했다.

대검은 이날 이 차장검사 전보 조치에 대해 “내부 구성원에게 제기된 의혹에 관하여 엄정한 기준으로 수사와 감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이 차장검사에 대한 수사에 돌입하는 동시에 현 직무에서 배제한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 공세에 대한 대응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차장검사가 수원지검에서 이 대표 관련 수사를 계속 지휘할 경우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과 맞물려 이 대표 수사의 정당성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으니 그 고리를 끊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9일 탄핵안이 국회에 제출된 직후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검사의 당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라며 “검사들을 탄핵하지 말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검찰총장을 탄핵하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이 차장검사는 자녀 위장전입 의혹을 제외한 나머지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는 김 의원이 제기한 재벌 접대 의혹과 골프장 이용 특혜, 범죄기록 조회 의혹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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