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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계기로 충돌해 온 중국과 일본 정상이 1년 만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놓고 충돌하며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현지시간 16일 정상회담을 개최했습니다.
양국 정상이 대면한 것은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 APEC 정상회의 계기로 만난 이후 1년 만입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시 주석에게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의 즉각적인 철폐를 요구하면서 오염수 문제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중국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핵오염수 해양 배출은 인류의 건강, 전 세계 해양환경, 국제 공공이익에 관련된 문제"라고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이어 "일본은 국내외의 합리적인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고 건설적인 태도로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제기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규제 철폐 요구를 일축하면서 일본 측에 해양 방류를 먼저 중단할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입니다.
다만 양국은 건설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협의와 협상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의 적절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도 "중국과 일본이 협의와 대화를 통해 수산물 수입 규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전문가들이 오염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중국은 합의사항을 전하면서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일본은 수산물 수입규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가기로 했다고 각각 밝혀, 상당한 '온도 차'를 보였습니다.
일본은 지난 8월 24일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고, 중국은 이에 반발해 같은 날 사실상 대응 조치로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시 주석은 "일본은 반드시 신의를 지켜 중일 관계의 기초가 훼손되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양국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추호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CCTV는 전했습니다.
다만 일본 매체들은 기시다 총리가 중국이 일본 주변에서 러시아와 협력하는 등의 방식으로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국제사회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내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에 중국이 설치한 부표를 즉시 철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발언은 중국 매체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양국 정상은 공급망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시 주석이 "중일 경제이익과 산업망·공급망은 깊숙이 연결돼 있다"며 "'작은 뜰에 높은 담장'을 만들거나 공급망 등의 분리, 즉 디커플링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기시다 총리는 "일본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시 주석의 "양국은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자유무역 시스템을 수호하고 높은 수준의 상호 이익과 상생을 달성해야 한다"는 발언에 기시다 총리는 "중국과 계속해서 인문 교류와 디지털 경제, 녹색 발전, 재정금융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구속된 일본인의 조기 석방도 촉구했다고 밝히면서 "일본과 중국이 전략적 호혜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최근 신설된 중일 '수출 관리 논의 채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와 고위급 인문교류협력 회의를 적절한 시기에 열어 국제 현안에 대한 소통강화, 기후변화 공동 대응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갈등은 해결하지 못했지만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기존 합의사항을 준수함으로써 중일 관계를 안정시키고 교류와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는데 뜻을 같이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신승이 기자 seungy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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