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오른쪽)가 지난 9월 정부서울청사에서 IMF 연례협의 대표단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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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당시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요한 주인공이 국제통화기금(IMF)이다. 그래서 한국은 항상 IMF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IMF가 한국의 고삐 풀린 물가를 좀 더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해법으로 “상당 기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IMF는 17일 펴낸 ‘2023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6%로 전망했다.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밝힌 물가상승률 전망치(3.4%)보다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기획재정부(3.3%)나 한국은행(3.5%) 물가 전망치보다 높다.
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탔다. 올해 들어서도 1월(5.2%)→4월(3.7%)→7월(2.3%) 줄곧 떨어졌다. 하지만 8월(3.4%)부터 반등하더니 석 달 연속 3%대다. 지난달엔 3.8%까지 올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11월에 3.5∼3.6% 안팎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IMF는 내년 물가 상승률도 2.4%로 한 달 전 전망치(2.3%)보다 0.1%포인트 상향했다. 내년 말에야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2%)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물가가 여전히 목표보다 높다”며 “에너지·식품 수입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임금 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수렴하는 것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뿐 아니라 다른 국내외 기관도 고물가가 예상보다 길어진다고 보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를 각각 3.6%와 2.6%로 내다봤다. 지난 8월보다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씨티·JP모건·HSBC 등 8개 주요 투자은행(IB)도 지난달 말 펴낸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물가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4%로 올려잡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정책 목표가 금융시장과 부동산 경기 안정화에 맞춰져 있다 보니 물가 안정이 더딘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물가 체감도가 높은 28개 품목의 가격을 매일 점검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며 “제품 가격을 유지하되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떨어뜨리는 일명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현상을 막기 위해 11월 말까지 생필품 가격 실태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IMF는 고물가를 해결하기 위해 고금리(기준금리 3.5%) 기조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현재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내려선 안 된다는 취지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눌렀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내놓았던 예상치를 유지했다. 기재부 전망치와 같다.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출 개선, 관광산업 회복 등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성장세가 이어져 2024년에는 2.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전망치(2.4%)보다 0.2%포인트 낮았다.
불어난 가계 부채 문제에도 주목했다. IMF는 “가계·기업의 높은 부채와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 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해법으로 “취약한 가계·기업에 한시적·선별적으로 금융을 지원하고, 비은행 금융기관을 모니터링하고 건전성을 규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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